SK하이닉스가 이례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D램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언론에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담당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최신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칩의 목표 수율인 80%에 거의 도달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서 수율은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수율은 통상 웨이퍼 한 장에 설계된 최대 칩의 개수 대비 실제 생산된 정상 칩의 개수로 나타내는데, 높을수록 생산능력이 높음을 의미한다.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만큼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가 수율을 대외에 공개한 것은 그만큼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능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HBM은 생산 난도가 높고,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을 쌓는 만큼 한 번의 실수로도 제품 전체를 폐기할 수 있다. 따라서 HBM 수율은 반도체 회사가 가진 첨단 공정 기술력과 안정성의 척도로 여겨진다.
때문에 과거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 HBM D램 수율을 60%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로 실제 HBM3E 수율이 공개되면서 SK하이닉스의 HBM D램 경쟁력이 시장 예상치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D램 칩을 쌓기 위해 선택한 '첨단 MR-MUF' 공정을 높은 수율의 비결로 보고 있다. '첨단 MR-MUF'는 우선 회로도를 인쇄한 후 D램 칩을 쌓고 그 다음 액체 보호제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업체다. 지난 HBM3(4세대)에 이어 8단 적층 HBM3E 제품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납품 중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권 담당은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의 주요 초점은 8단 적층 HBM3E(5세대) 생산에 있다"며 "그것이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