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투톱으로 꼽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난항을 겪으며 총파업 위기에 놓였다.
가뜩이나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 등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노조 갈등까지 겹쳐 자본·투자·생산성 모두 빨간불이 켜졌단 평가다.
사측과 지난 6일까지 총 11차에 걸쳐 교섭회의를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다. 포스코노조는 노동쟁의조정 신청과 별개로, 임단협이 종료될 때까지 단체행동에 돌입하기 위해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노사는 기본급 인상 및 일시금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 격려금 300% 지급, 조합원만을 위한 혜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업황 부진을 이유로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해 양측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회사 측 제시안이 지난해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합의에 이를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쟁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되는 즉시 쟁의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만일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포스코 창립 55년만의 첫 파업을 맞게 된다.
현대제철 역시 파업 위기에 놓였다. 현재 현대제철 노조와 사측은 지난 9월 상견례 이후 제대로 된 본교섭도 진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노사 역시 기본급 인상과 교섭 방식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및 개별기본급 85% 인상을 담은 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양사 모두 노사 간 괴리가 큰 만큼 올해 안에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로 실적 내리막길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오는 4분기에도 실적 반등을 노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중국발 철광 제품 과잉 공급에 따른 수요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의 지난 3분기 공장 가동률은 84.2%로 4.3%포인트 내려갔다. 같은 기간 포스코도 공장 가동률이 87.6%에서 85%로 떨어졌다.
수요 부진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포스코 3분기 철강 부문 영업이익(438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9.8% 감소했고 현대제철도 3분기 영업이익(515억원)이 지난해보다 77.4% 줄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철강업계 임단협은 늦어도 연말에는 마무리가 됐었는데 업황이 안 좋다 보니 합의 기간이 매년 늦춰지고 있다”며 “중국발 리스크 외에도 각종 화재 사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업계에 노조 파업까지 더해지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