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미·중 격돌 10년 … 양측 넘나들며 반사이익 보는 국가들

2024-05-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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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지니스학과 교수
[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지니스학과 교수]


미·중 격돌이 10년 이상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자 미국에 정면으로 패권 도전장을 던지면서 시작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양국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대립각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과 트럼프 간의 사활을 건 대선(大選) 승부의 최대 이슈 중의 하나가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가 단골 메뉴다. 한편 중국은 미국을 앞지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판단으로 시진핑 정권의 3연임까지 강행하면서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무역과 기술에 더해 원자재·방산(군사)·우주 등으로 확전되고 있다. 한편으론 동맹국을 재정리하고, 더 많은 국가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한다.
 
글로벌 정세의 격변으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각국의 행보도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양상이다. 분명한 점은 손해를 보는 국가가 있는 반면에 이익을 챙기는 국가들이 눈에 확연히 들어올 정도로 상이하다. 또한 미국 편에 서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중국 편으로 돌아서는 변덕을 반복한다. 안보와 경제와 관련한 이익을 저울질하면서 수시로 말을 바꿔 탄다. 현실적으로 가장 이득을 챙기고 있는 국가는 일본과 인도다. 일본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재도약을 위해 강하게 꿈틀거린다.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실질적 위상을 높이면서 중국의 대항마로 보폭을 넓힌다. 중국을 배제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도 일본 경제의 재기 발판을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을 대신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여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 경제 대국을 코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약진이 거세다.
 
동남아 국가들의 변신은 더 놀랍다. 미·중 사이를 비교적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실리를 챙긴다. 손은 미국과 잡더라도 돈은 중국과 벌겠다는 내심을 버리지 않는다. 중국의 위협이 확대되면서 정치·경제적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의 입김이 최근 들어 다소 약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다만 ASEAN 회원국 간에도 미묘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싱가포르 국책연구소인 ISEAS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충격적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ASEAN 10개국이 미국과 중국 중 한쪽 편을 든다면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61.1%가 미국을, 38.9%가 중국을 답한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는 중국이 50.5%, 미국 49.5%로 미세한 차이로 뒤집혔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역전이다.
 
중국 자본 침투 확대와 하마스 전쟁이 변화에 원인 제공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선호 국가는 말레이시아(75.1%)·인도네시아(73.2%)·라오스(70.6%)·태국(52.2%) 순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의 수혜국임과 동시에 자동차 등 중국 제조업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침공에 대한 부정적인 무슬림 국가라는 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와 달리 미국을 지지한 국가는 필리핀(83.3%)·베트남(79.0%)·싱가포르(61.5%)·미얀마(57.7%) 등의 순으로 높았다. 지리적 인접성으로 중국과 마찰 위협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주요 강대국에 대한 신뢰도에서는 일본(58.9%)이 미국(42.4%)을 제쳤고, 중국에 대한 불신은 50.1%로 높아 협력은 하면서도 경계심은 낮추지 않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 대한 외부 평가는 차가워

본격적인 미국의 대선 레이스 돌입과 두 개의 전쟁이 멈추지 않으면서 미국의 대외 행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틈새를 중국이 놓칠 리가 없다. 시진핑 정권 3연임이 공식화된 지 1년 반이 지나 대내 잡음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다시 대외 행보에 팔을 걷어붙인다. 5년 만에 시진핑 주석의 유럽 순방에 더해 고위층이 총출동하면서 미국의 포위망을 뚫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 중이다. 중국이 흔히 쓰는 수법 중의 하나가 미국의 약한 고리를 전략적으로 와해하는 전술이다. 유럽 순방지로 프랑스·헝가리·세르비아를 선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독일과 영국이 경제적으로 주춤하는 사이 우등생으로 올라선 프랑스가 미·중에 맞서는 유럽의 대항마로 부상을 노린다.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우군 역할을 자치하면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양측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가 잘했다고 내세우는 외교적 성과와 무색하게 외부의 평가는 차갑다. 출범 2년 차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세일즈 외교에 관한 결과를 대외에 공표했다. 정상 외교로 122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이 내치에서의 실패를 외치로 만회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를 구태여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현재 어떻게 구체적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공개하고 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치적으로 내세우는 방산 수출 성과에 대해서도 향후 치밀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경쟁국으로부터 협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유럽 국가들이 K-방산을 견제하고 나선 것과 인도네시아 KF-21 기술 유출과 먹튀 논란은 방산 시장 접근과 관련한 고도의 전략을 요구한다.
 
외교 대상 국가 우선순위 선정에서도 정교함이 부족하다. 전략적 협력 대상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동남아 국가에 소홀함이 없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 지역에서 경쟁국인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증대되고 있음에도 한국의 입지는 축소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 국가가 가장 일하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거의 꼴찌 수준인 1%로 평가하고 있어 놀랍다. 심지어 신흥국인 인도에도 밀린다. 선택하여 살고 싶은 나라라도 한국은 3.9%로 하위 수준이며, 이는 국내 인력 부족을 동남아인으로 언제든지 메울 수 있다는 우리의 안일함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미·중 마찰로 반사이익을 노리는 국가들이 수두룩하지만 우리는 이에 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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