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가 높은 가격에 결정되면서 청약 경쟁에서 밀려난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공모주에 뛰어들고 있다. 상장 이후 순매수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신규 상장 종목 대다수의 주가가 부진해 손해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최근 신규 상장한 종목을 주로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상장한 제일앰엔에스는 상장 당일부터 지난 8일까지 7거래일 간 805억원 규모를 샀다. 이 기간 코스피·코스닥 순매수 2위다.
개인투자자들은 특히 신규 상장한 당일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제일엠앤에스가 상장한 지난달 30일 785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디앤디파마텍은 368억원, 민테크 324억원, 코칩 183억원을 상장 첫날 샀다.
문제는 이들 종목의 주가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제일앰엔에스는 주가가 고점 대비 50% 넘게 빠지면서 이제는 공모가 2만2000원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불과 6거래일 만이다. 전날 120만주를 넘기던 거래량도 공모가 밑으로 내려간 이날 71만주로 뚝 떨어졌다. 상장 이후 투자한 개인은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디앤디파마텍, 민테크, 코칩 역시 상장일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와 비교해 더 높은 수준이지만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들은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 중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주식시장에선 공모주 상장 당일 상승률도 기대를 밑도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초만 해도 상장 첫날 주가가 '따블'(공모가 대비 100% 상승), 또는 '따따블'(300% 상승) 달성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선 잠잠하다.
지난 1월 상장한 우진엔텍과 현대힘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뛰었고 2월 이닉스, 스튜디오삼익은 공모가 대비 100% 넘게 상승 마감했다. 최근 들어선 50%를 넘기며 마감하는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공모가격은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주가 상승률은 기대에 비해 부진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공모가가 높아지면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단기 차익을 노린 기관투자자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공모가 버블' 현상이 나타나고,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은 기관들이 상장 직후 매도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뒤늦게 순매수에 나선 개인은 추후 주가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는 상장 후 기관 매도에 의해 주가가 하락한 뒤 반등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란 진단이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한 종목 중 옥석을 가리기에 좋은 타이밍이 됐다"며 "의무보유확약을 통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비중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반등 시점이 1개월 내외로 빨라졌기 때문"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