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국 제재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죌 방침이다. 지난해 예고한 대중국 첨단기술 투자 제한 규정 도입을 올해 안에 완료하고,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과 관련해서는 '수입 금지'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언급하며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기업들의 활약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대중국 제재의 허점을 보완해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對中 첨단기업 투자규제 연내 완성...반도체 이어 챗GPT 등 'AI 기술' 수출도 막을 듯
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올해 말까지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몬도 장관에게 △반도체·마이크로전자 △양자 정보기술 △특정 인공지능(AI) 시스템 등 3개 분야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중국을) 압도해야 한다”며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 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도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놓자, 제재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전날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인텔·퀄컴 등의 반도체 수출 면허를 일부 취소했다. 이는 화웨이가 지난달 인텔의 차세대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자사 첫 AI 노트북을 내놓은 이후 나온 조치다.
같은 날 바이든 정부가 챗GPT와 같은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가드레일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여기에는 독점·비공개 소스 AI 모델 수출 제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 중국 기업들이 이를 참고해 이른바 '중국판 GPT·중국판 소라' 등과 같은 보급형 제품을 빠르면 한달 내에 공개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수입 전면 금지 가능성도...과잉 생산은 관세로 대응
러몬도 장관은 또한 이날 별도로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규제를 위해 수입 금지 등의 강력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그는 "모든 데이터를 분석한 뒤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미국 내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금지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가드레일 또는 기타 요건을 포함한 완화 조치를 모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29일 커넥티드 차량에 중국 등 우려국의 기술을 쓸 경우 차량이 운전자와 탑승자에 관한 대량의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기적으로 카메라와 센서를 사용해 미국 인프라 정보를 상세하게 기록한다며 보안 우려를 들어 상무부에 조사를 지시했다.
커넥티드 차량은 중국이 전기차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분야다. 리창 중국 총리는 최근 열렸던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중국은 커넥티드 전기차 분야에서 완전한 산업체계, 지속적인 투자, 시장 경쟁, 개방적인 협력 속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우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기술 개발에 더 주력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은 관세 인상 등을 통해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의 저가 물량 공세가 미국 제조업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하면서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7일 피츠버그에서 미국 철강노조를 만나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인상을 제안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 시장에 철강 제품을 불공정하게 낮은 가격으로 덤핑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 보조금 때문"이라면서 "그들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