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략…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2024-05-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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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면서 전 세계 유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 쉬인(SHEIN), 틱톡(TikToc)의 한국 습격이 거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해외 직구의 중국 비중은 전체 금액의 48.7%에 달하는 3조3000억원에 달하며, 올 1분기에도 해외 직구액 1조6476억원 가운데 무려 57%에 달하는 9384억원이 중국발 직구일 정도로 성장세가 대단하다.
중국 직구 시장의 74%를 장악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 한국 진출 이후 2022년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고, 테무는 작년 7월 한국에 상륙했다. 패션만을 취급하는 유통업체인 쉬인의 시장 점유율도 계속 증가세다. 회원 가입자는 이미 1500만명을 넘어섰고 매출액도 3조원에 달한다. 국내 10·20대를 중심으로 구독자 1000만명을 가진 틱톡도 영상에 제품을 노출한 뒤 라이브로 물건을 판매하는 틱톡 숍 오픈을 위해 구인광고를 내고 있다. 이 추세라면 내년 초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은 중국 유통업체가 장악하게 된다.
중국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 데는 한국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물류 인프라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우리나라를 거점으로 한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을 통해 전 세계로 물건을 배송하는 물류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 또 한국은 인구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배송하기 편리하며 구매력과 함께 트렌드에 민감한 것도 강점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도 227조원대로 미국·중국·일본·영국에 이어 세계 5위다. 미국과 유럽 등이 최근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제도적으로 강화하자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장으로도 한국은 매력적이다.
중국이 한국 시장 진출을 강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경기 부진에 있다. 거의 전체 산업이 과잉생산 상태인 중국은 내수 진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은 출혈을 감수하면서 과잉 생산품이나 재고품 밀어내기를 하고 있으며,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강력한 가격 경쟁력도 장착하고 있다.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초저가 완제품 수출이 세계 무역 시장을 뒤흔드는 ‘차이나 쇼크 2.0’ 현상으로 불리는 이유다. 원재료와 제품의 과잉생산 포화 현상과 중국 경기 회복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중국의 해외 공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지속 가능한 극초저가’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해외 직구 제도의 법적 사각지대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내 판매자들이 부담하는 품목당 수천 달러에 달하는 KC(Korea Certification) 인증이나, 하루 구매 총액 150달러 이하면 정식 수입 신고나 관세 납부도 필요 없는 면세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하루 150달러면 개인 연간 구매액은 7500만원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유엔 만국우편연합 우편체계를 이용해 구매자에게 직접 무료 배송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한·중 양국의 정산 비중을 이용해 한국에 취급비를 전가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엄청난 마케팅 비용과 자금을 투입하는 유인책을 펼치면서도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국내 업체들은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 물론 고물가의 압박 속에서 가성비를 고려하는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기업과 여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제조업체들은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초저가 박리다매는 결국 한국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소비자 선택권은 물론 제조업마저 잠식당할 우려가 크다.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소비자 권익도 크게 침해받게 된다.
우려대로 가짜 제품이나 저품질 논란, 특히 어린이용품이나 장신구 등에서 기준치의 최대 700배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검출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또 배송 지연이나 과대광고, 애프터서비스 지연 및 반품 문제 등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폭증하는 구매품에 대한 세관 검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칫 마약류와 같은 불법 의약품이나 총포·도검류 등 구매금지 품목도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 당연히 해당 판매 업체가 철저히 단속해야 하는 사항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행태는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
한국 정부나 산업계도 이 부분에 주목하면서 방지책과 개선책을 해당 업체 및 중국 주관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사실 중국 국내 가격보다 저렴한 일부 품목은 덤핑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는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해 세이프가드(safeguard·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WTO 제소감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하면서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도 전자상거래법이나 공정거래법 같은 국내법이 차별 없이 집행되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여하히 공정 경쟁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경제 외적인 문제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우려되는 문제도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국영 선전매체들이 자국 정보기술업체와 협력해 외국인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1000개 넘는 중국 정부 기관과 중국 기업이 광범위하게 연계돼 있다고 한다. 여기에 중국국가정보법 제7조의 모든 조직과 공민은 모두 법에 따라 국가정보업무를 지지·협조·호응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더해지면 필요에 따라 중국 기업이 보관하는 개인정보가 중국 당국에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초저가 전략을 통해 당장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지배력을 높여 장기적인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다. 한국 정부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중국식 회피 전략을 염두에 두면서 범정부적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과감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일반 소비자들도 경제적 영향은 물론 개인정보 보호 및 유출과 관련한 정치·사회적 파급력에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미국 의회가 왜 ‘틱톡 금지법’을 제정하고,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쉬인 등 중국 플렛폼 업체를 강력 규제 대상으로 정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국가와 개인의 분명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경각심 제고가 절실하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교수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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