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개의 노래, 수십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음악·드라마·영화 등이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전해지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 아티스트도 마찬가지. 뛰어난 역량에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아티스트 돋보기'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낸 찬가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그룹 몬스타엑스 셔누는 누구보다 무대가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다.
다수의 방송과 인터뷰에서 "말하는 게 어렵고 어색하다"고 해왔지만, 무대 위에서만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그건 아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전달되기 때문일 거다.
그가 전달하는 '몸짓의 언어'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압도적이고 감각적인 언어. 관객들을 홀리는 셔누의 언어들은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되지만, 긴 여운을 남기곤 한다. 타고난 감각도 있겠지만 끈질기고 치열하게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얻어낸 '정확성'으로 오차 없이 관객에게 제 뜻을 전달한다는 점도 인상 깊다. 때로는 과격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셔누의 언어는 더욱 다채롭고 풍부해지고 있다.
몬스타엑스 셔누의 활약과는 별개로 아티스트로서 그의 확장성이 도드라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셔누X형원 '디 언씬(THE UNSEEN)' 활동부터다. 아티스트로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지기도 했지만, 셔누 개인으로서도 많은 걸 보여줄 수 있겠다는 인상이 강해진 시기였다. 그는 형원이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러브 미 어 리틀(Love Me A Little)'의 안무를 직접 맡아 곡의 메시지와 무드를 '몸짓의 언어'로 변환해 나갔다. 오랜 시간 호흡해 왔던 형원의 곡인 만큼 '러브 미 어 리틀'의 서사를 아우르고 무게감을 실으며 섬세한 작업을 거쳐 안무를 만들었다. 3분 내외 곡에 서사와 무드를 담으며 포인트까지 짚어내야 하는 안무 작업은 셔누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됐던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도 셔누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였다. 2013년 한국 관객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올해로 한국공연 10주년을 맞은 '푸에르자부르타'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벽, 천장 등 모든 공간을 무대로 활용하는 공연. 극 중 '꼬레도르'로 무대에 선 셔누는 다이내믹한 액팅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장장 6킬로미터를 내달리고 장애물을 깨부수며 관객들과 찬란한 해방감을 나눈 그는 '꼬레도르'로서 관객들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또 다른 소통의 창구를 얻어냈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역시 의미 깊은 도전으로 읽힌다. 셔누가 새로운 언어를 체득해 가는 과정 중 하나로 느껴진다. 3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관객들을 매료시켜야 했던 그는 이제 러닝타임 160분이라는 긴 시간을 아울러야 하며 새로운 억양과 뉘앙스를 익혀야 한다. 뮤지컬은 기성작을 해체하고 자기 방식대로 정립하여 재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한 만큼 자신만의 무대와 언어를 확장해 나가는 셔누에게 의미 깊고 필요한 도전처럼 보인다.
앞서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톨스토이의 유명한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의 일부를 딴 작품이다. 셔누는 극 중 쾌락주의자인 미남 장교 '아나톨' 역을 맡아 관객들과 소통하는 중. 팝과 클래식, 록, 힙합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무대와 객석을 허물며 자신만의 '아나톨'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로 안무가·무용수,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 셔누가 체득하고 확장해 나갈 언어들은 무궁무진하다. 그가 보여줄 언어와 무대에 대한 기대와 확신이 여느 때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