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이젠 한중 정상회담을 고려할 때

2024-05-03 06:00
  • 글자크기 설정

시진핑 못오면 尹대통령이 가야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이달 26~27일 무렵 한국, 일본, 중국 3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우리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만약 예정대로 정상회의가 개최되면 파생되는 모멘텀을 정상회담까지 이어가는 호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봄직하겠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3국 간의 회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일·중 3국 회의도 여느 다자회담과 같이 양자 간의 회담이 부속으로 열린다. 중국 측에서는 총리가 전통적으로 참석해왔기 때문에 우리 대통령은 중국 정치권력의 2인자인 총리와도 개별적으로 만날 것이다. 물론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회담도 예정된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코로나로 인해 2019년 이후 4년 동안 중단되었다. 그래서 이번 회의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3국 정상이 이후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대통령이 바뀌었다. 신조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불상사를 겪으면서 기시다 총리가 새로 지명되었다. 중국의 정상 자격으로 한·일·중 3국 회의에 참여하는 중국의 총리도 변화가 있었다. 2022년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이 물러나고 리창(李强)이 ‘선출’되었다. 이번 3국 회의가 우리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에게는 리창 총리와 상견례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022년 APEC회의에서 회담을 가진 바 있다. 기시다 총리 역시 시진핑 주석과 작년 APEC에서 회담의 시간을 가졌다.

리창 총리는 부임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동시에 우리 대통령도 처음으로 만날 것이다. 그런 자리인 만큼 우리 대통령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문안 메시지도 같이 가져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이 우리나라에 전하는 메시지도 같이 가져올 공산이 크다. 한·중 양국의 최고위급 회담이 있은 지 2년여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중국의 메시지가 사뭇 궁금해지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에 우리도 우리만의 의제를 가지고 중국 측에 전할 메시지를 준비해야겠다. 중국 총리 편으로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당 총서기에 전할 메시지를 말이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의제는 3국 공동의 의제가 논의되고 협의될 것이다. 한·중 양국 회담에서도 양국이 당면한 현안 중심으로 의제가 설정될 예정이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 우리의 외교장관이 방중할 것이며 실무 차원에서는 이미 의사 및 의제 조율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이번 회의가 우리의 안방에서 개최되는 만큼 홈코트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하겠다. 중국이 내방하는 입장에서 우리 대통령의 메시지에 경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하고 명확하고 정확한 우리 대통령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더욱이 2022년 이후 중국 측은 우리 대통령을 조우하거나 대면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런 와중에서 2023년 우리 대통령의 대만해협에 관한 입장에 대해 중국은 불만에만 가득 차있다. 이런 이유로 작년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양국 정상 간에 약식회담(a pull-aside meeting)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서 우리의 입장을 밝힌 이상 중국은 불만이 있겠지만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의 입장이 재확인되면서 어찌 보면 대만해협문제에서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중국도 이제는 우리의 입장이 공식화되어 감을 인지해가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우리 대통령,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명확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당연히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대만문제에서 밝힌 입장은 우리만의 고유한 입장이 아니다. 대다수의 국가가 내세우는 원칙과 입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국이 이를 문제 삼아 보복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공표한 ‘힘에 의한 (대만의) 현상 변경에 반대’하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통령이 언급한 ‘힘’은 두 가지 함의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무력(武力)이고 하나는 ‘민주주의의 힘’이다. 즉, 후자는 대만의 민주주의가 독립 또는 분리로 이어지는 결과에 반대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대만의 분리나 독립 또한 지지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의 군사적 반격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한·일·중 3국 회의를 맞아서도 우리 대통령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될 필요가 있다. 한·일·중 3국 회의가 비(非)정치·군사·안보 분야의 현안과 의제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 메시지만 전하면 된다. 이는 우리 대통령의 방중 의사다. 리창 총리 편에 그의 방중 메시지를 시진핑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가 되겠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시진핑의 방한이 순서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상호주의 원칙은 국빈방문에 적용된다. 국빈방문에만 국한된다. 왜냐면 국빈방문이야말로 공식적이고 국가적인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공식(non-official visit)이 되었든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이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현안과 의제의 시급성이나 긴급함이 대면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대통령과 우리 대통령의 상호방문이 대칭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사실도 이런 현실을 증명한다.

윤 대통령의 방문도 비공식이든 공식이든 국빈방문만 아니면 된다. 물론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이고 시진핑이 답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용단을 내리면 국빈방문의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겠다. 그러나 외교의 생물적 속성 때문에 주어진, 또는 변하는 현실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외교는 생물이다. 따라서 매우 상황적(situational)이다. 즉, 주어진 상황 또는 상황 변화에 적응하고 또한 스스로 변할 줄 알아야 할 정도로 유연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는 항상 상대가 있다.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혼자서 하지도 못하는 게 외교다. 이런 외교의 본질, 속성을 이해하면 우리 외교가 유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윤 대통령의 방중은 명분이 있다. 경색된 한·중관계의 개선이라는 정치적 명분 외에도 다양한 명분이 존재한다. 한·중관계 개선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단순한 논리의 명분도 아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모색하기 위한 외교적 명분도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으로 나오게 압박을 행사해달라는 명분도 아니다.

우리 대통령의 명분은 중국에 레버리지를 행사하기 위함이다. 우리의 중국 레버리지는 절정에 올랐다. 이런 레버리지를 이용해 우리 국익의 극대화는 물론이고, 우리 국익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기다. 시진핑은 우리나라를 방문, 답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의 답방은 사드 문제의 해결을 전제한다. 그러나 현재로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시진핑의 중국은 우리나라를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가 생산·제조하는 반도체 때문이다. 중국도 4차 산업 시대에 진입했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회복도 4차 산업의 발달과 운명을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4차 산업의 심장이 반도체인데 이의 수급이 현재 원활하지 않다. 우리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개편에 참여하면서 상위급 반도체의 중국 시장 공급이 통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중국은 타파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과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완강한 미국의 입장과 태도에 중국은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우리와 같이 미국의 동맹과 같은 나라와 협력과 협의의 기회를 모색하려 한다. 이런 중국의 속앓이가 우리 대통령의 방중 명분을 자연스럽게 제공한다 할 수 있다.

속앓이 하는 중국에게 윤 대통령의 방문은 마치 구세주가 내려온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대통령의 방문 이유로 제기하면 감지덕지할 것이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리가 이해해주고 그가 우리로부터 외교적으로 원하는 바, 즉 정상회담의 기회를 제공받으면 우리의 대중국 레버리지는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 대통령의 방중이 성사되면 시진핑은 우리의 요구를 경청하고 최대한 많이 수용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방중할 경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고려할 수 있겠다. 첫째, 우리의 외교 원칙이다. 우리의 주권 존중, 우리 영토의 완정(完整) 및 주권 존중,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유산 존중, 우리 고유의 가치와 제도 존중, 국제 규범 존중 등과 같이 보편적인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우리 외교사에서 전무후무한 순간이 될 것이다.

둘째, 사드 해결의 정치적 선언이다. 사드가 방어체계의 무기라는 사실을 중국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중국 스스로가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무기 및 무기 체계를 자체 생산하고 전력 배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미·일 군사관계가 강화되는 것이 중국의 ‘눈엣가시’다. 이 문제가 속도 조율에서부터 정책 조정까지 가능한 점을 중국에 전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사드가 중국 경제를 희생시킬 만한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도 이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3불’과 경제제재를 채택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탈출구가 필요하다. 그 탈출구를 중국의 경제 회복을 위한 한·중 경제협력의 정상화와 이를 상징하는 윤 대통령의 방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중관계 개선에 새 장(章)을 여는 장본인이 될 수 있는 명분이다. 한·중관계의 경색 국면을 그 어느 누군가는 깨야 한다. 현 시점에서 시진핑은 할 수 없다. 우리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지금까지 외교를 잘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중 용단을 내리면 이런 평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더욱이 정무적인 관점에서도 야당 및 이들의 지지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 또한 방중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우리의 대중 레버리지 제공은 물론 균형외교까지 섭렵할 수 있는 외교적 기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민이 바라는 바이다. 우리 외교사(史)는 대통령의 용단을 또한 기억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를 한··중관계 개선과 양국 정상회담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방안 모색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