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하지만 고금리·불경기 지속으로 주요 고객층인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카드사 연체율은 2% 턱밑까지 올라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 카드사와 삼성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8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4604억원) 대비 26.9% 상승한 수치다. 업계 1·2위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851억원과 1779억원을 기록해 각각 1년 전보다 184억원(11%), 324억원(22.27%) 증가했다.
카드 업계 실적이 개선된 까닭은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비용 효율화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악화와 같이 전반적인 영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영업 비용 효율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고 카드사들은 설명했다. 예컨대 국민카드는 마케팅비·인건비 등이 포함되는 일반관리비를 1년 새 10%(2023년 1분기 1593억원→2024년 1분기 1443억원) 가까이 줄였다. 삼성카드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실적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연체율은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연체율이 전년 말보다 높아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계속 안고 있다.
하나카드는 올해 1분기 연체율이 1.94%를 기록해 지난해 말(1.67%)보다 0.27%포인트 높아졌다. 마의 2% 턱밑까지 치솟은 것.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한카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11%포인트 상승해 지난 1분기 1.56%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 2015년 9월(1.68%)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 우리카드와 국민카드 연체율도 각각 1.46%, 1.31%를 기록해 1개 분기 만에 0.024%포인트, 0.28%포인트 뛰었다. 모두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삼성카드는 1.1%로 전분기(1.2%)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미 지난해 카드사 평균 연체율은 1.63%를 기록해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건전성 악화에 따라 5개 카드사는 순이익보다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5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충당금은 총 8070억원으로, 1년 전(7652억원)보다 418억원(5.5%) 늘었다. 신한카드와 국민카드가 각각 2247억원, 1944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으며, 삼성카드는 1753억원을 쌓았다. 이어 우리카드와 하나카드가 각각 1220억원, 906억원씩 적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