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 수습에 나선 국민의힘이 신임 원내대표 선출일을 다음 달 3일로 정했다. 차기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관리형 비대위'냐, '혁신형 비대위'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며 쉽사리 결론 짓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초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력했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당선자 총회를 열고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일정을 결정했다. 지난 16일에 이어 열린 두 번째 당선자 모임이다. 총회에는 지역구 당선자를 포함해 흡수 합당한 국민의미래 소속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참석했다.
윤 원내대표는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위기 수습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다음 달 3일 더불어민주당이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하는데, (우리도) 같은 날 오후 원내대표를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신임 비대위원장과 관련해 "제가 비대위원장을 추천해서 필요한 절차를 밟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토론 전 신상 발언을 통해 비대위원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국민들께서는 관리형, 혁신형 비대위 여부를 떠나 변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비대위를 맡는 것은 국민 뜻을 받드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총회에서는 차기 당대표 선출방식과 관련된 논의도 이어졌다. 현재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출 비율을 '당원 투표 100%'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당원 100%룰'은 지난 2022년 정진석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개정된 것으로,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김태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는 당심이 결정하는 게 옳다고 보지만 시대적 요구나 지금 우리 상태로서 국민의 뜻을 과감하게 수용해야 된다는 뜻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가 어떤 식으로 치러지면 좋겠는가, 국민과 당원 비율을 어떻게 정하면 좋을지, 그런 의견들이 치열하게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당원 70%, 국민 여론 30% 정도, 조금 더 위기감을 갖는다면 5대 5 정도도 검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160명 전원은 당 지도 체제를 혁신형 비대위로 전환하고 당대표 선거 방식을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50%씩 비율로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기존 선출 방식에서 국민의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외조직위원장 임시대표단(김종혁·오신환·손범규)은 이날 윤 원내대표와 배준영 사무총장 권한대행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요청문을 전달하고 "통렬한 성찰과 쇄신이 없다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 역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열고 "당이 먼저 변화의 중심에 서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며 "태스크포스(TF)라도 만들어 몸부림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분노해야 할 시기고 혁신할 시기"라며 "무난한 대응은 무난한 패배를 자초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혁신형 비대위는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들어선 '김종인 비대위'가 대표적이다.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한 바 있다.
다만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종인 비대위처럼 지도부를 1년가량 이끌고 간다면 모를까, 지금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대 준비위원회 성격의 관리형 비대위를 선택하는 게 옳다"며 "혁신이란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것과 같다. 전대 룰을 개정하는 것도 관리형 비대위 체제 안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는 총선 직후 사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 전 위원장 외에는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 나경원‧김재섭 당선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