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2일 국회의원 당선자 108명을 참석 대상으로 하는 총회를 개최하고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에 대해 비대위원장 추인 여부를 결정한다.
친윤(윤석열)계나 영남권 당선자 상당수는 윤 원내대표가 지휘봉을 잡는 '관리형 비대위'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윤재옥 비대위'가 출범한다면 전당대회까지 실무적 업무만 이끌고 해산하는 일종의 태스크포스(TF) 성격의 비대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 참패에 대한 당내 수습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대표 몫이 될 전망이다.
반면 수도권 지역 당선자들은 당 체질을 개선할 만한 혁신형 비대위 체제를 주문하고 있다. 앞서 윤상현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세미나에서 총선 패배에 대한 윤 원내대표 책임론을 겨냥해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비대위원장 지명권이 있어도 새로운 인물로 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형 비대위가 출범하면 차기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 비대위원장직을 맡겨야 하기 때문에 6월 전당대회 일정은 다소 지연될 수 있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이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다음 행보를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과 빠른 복귀를 통해 당정 관계 재정립 등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전 위원장 외에는 나경원‧윤상현‧김재섭 당선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차기 당권 주자로 언급된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본인 페이스북에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정계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함께 나눈 그 절실함으로도 이기지 못한 것, 여러분께 빚을 졌다. 미안하다"고 총선 패배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이 공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총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사퇴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한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적이 없다.
이는 자신을 둘러싼 책임론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 전 위원장은 또 최근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건강상 이유'로 사양한 게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반윤노선을 걷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과거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본인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한동훈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가진 과신"이라며 "그는 오직 자신이야말로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자서 선거판을 누볐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기에 더해 '한동훈 배신론'에 불을 붙였다. 홍 시장은 20일 자신이 만든 플랫폼 '청년의 꿈'을 통해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며 "총선을 대권놀이 전초전으로 한 사람이다.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통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일침했다.
반면 서울 동대문갑에서 낙선한 김영우 전 의원은 "지금에 와서 한 전 위원장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며 "결과는 아쉽지만 총선 내내 한동훈은 누가 뭐래도 홍길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야당의 무지막지한 의원들이 청담동 술판 괴담을 비롯해 대통령실과 정부에 폭격을 가할 때 혈혈단신 막아낸 한동훈, 너무 절망적이고 암울한 당에 들어와 비대위원장을 맡아준 한동훈, 그나마 총선을 치를 수 있게 불을 붙여준 한동훈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고 한 전 위원장을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