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해외 시장 조사 업체 SC인사이트에 따르면 2030년 한국 내 배터리 생산량은 2023년 39기가와트시(GWh)에서 82% 증가한 71GWh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주요 국가들은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릴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일본은 33GWh에서 139% 증가한 74GWh, 독일은 37GWh에서 622% 증가한 267GWh로 한국을 제친 주요 배터리 생산국으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배터리 양산을 준비 중인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역시 2030년 72GWh, 78GWh, 124GWh씩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면서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이외 중국은 787GWh에서 223% 증가한 2548GWh, 미국은 111GWh에서 827% 증가한 1029GWh를 기록하며 현재의 1·2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생산 거점을 국내에서 해외로 이전하면서 한국이 주요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부터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대응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의 공장 가동을 본격화했다. 실제로 작년 11월 기준 배터리 3사의 해외 생산 비중은 SK온(95.0%), LG에너지솔루션(91.3%), 삼성SDI(89.7%) 순으로 높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와 중국에서 각각 47.5%와 38.4%를 생산했다.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헝가리(77.2%)와 중국(77.1%)에서의 생산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22년 12월 경제안보법에 따라 안정적 공급확보가 필요한 중요 물자에 배터리를 지정하면서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설비 투자 보조금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이 안보 장벽을 세우기 위해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한국도 일정 수준의 국내 생산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국이 배터리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의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