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간신히 개헌과 대통령 탄핵 저지선(101석)을 사수했다. 2년 전 '여소야대' 구도에서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을 더 어려워진 환경에서 보내게 됐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역구 254석 가운데 민주당은 161석, 국민의힘은 90석을 얻었다.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진보당은 각각 1석을 확보했다. 비례대표 총 46석 가운데 국민의미래가 18석을 확보했고, 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2석 순이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지사가 있는 경기도(60석)에서도 민주당은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53개 지역에서 승리하며 지난 21대 총선(51곳)의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경기도 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였다.
특히 수원을 중심으로 한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수원·평택·용인·이천·화성)는 17개 선거구 중 민주당이 15석을 휩쓸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등 수차례에 걸쳐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지원 의지를 밝히며 여당을 우회 지원했지만 '정권 심판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머지 2곳인 화성을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천은 송석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중원 벨트' 충청권에서도 28석 중 21석(대전 7석, 세종 1석, 충남 8석, 충북 5석)을 챙겼다. 21대(20석)에 이어 2회 연속 우위를 점했다. 텃밭인 호남(광주·전남·전북) 28석도 모두 지켜냈다.
국민의힘은 '영남의 힘'에 기댔다. 텃밭인 대구·경북 25석을 모두 차지하고, 40석이 걸린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민주당 후보의 맹추격을 따돌리며 34석을 확보했다. 특히 PK 지역 격전지인 '낙동강벨트'에서는 국민의힘이 10석 중 7석을 가져갔다.
총선에서 참패한 여당에는 '책임론'을 둘러싸고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을 통해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역대급 압승을 이뤄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라며 "민주당에 과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3당으로 자리매김한 조국혁신당은 총선 이후 첫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아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를 압박하며 선명성을 드러냈다. 조국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