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가 IT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금리 기조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월 경제 동향’을 발표했다.
2월 전산업생산은 서비스업생산의 둔화에도 광공업생산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설 연휴의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1.5일 줄었지만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생산이 65.3% 증가한 영향이다.
향후 업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생산·출하와 재고율도 지난달 제조업의 경우 생산이 3.4%, 출하가 2.6% 늘었고 재고율은 1월 111.5%에서 2월 110.1%로 하락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월 74.6%로 1월에 비해 2.5%포인트 올랐다.
다만 소비는 상품소비의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비스소비도 낮은 증가세를 보이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월 상품소비는 설 명절과 밀접한 음식료품 소비가 일시적으로 대폭 늘었지만 그 외 대부분의 품목은 감소했다. 상품소비는 1, 2월 설 명절의 영향을 배제할 경우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2월 101.9보다 낮은 100.7을 기록하며 향후에도 소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설비투자도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지만 반도체 회복에 따라 긍정적인 신호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2월 설비투자는 전년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이 역시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와 밀접한 설비투자는 일부 개선됐다. 2월 특수산업용기계는 1월 13.5% 증가에 이어 2월에도 8.6%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는 2월에 이어 3월에도 3.1%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높은 수준이 이어졌지만 소비 부진이 반영되면서 기조적인 물가상승세가 둔화 흐름을 유지했다.
KDI는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일부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났으나, 마무리 공사 집중으로 급증한 건설투자는 다소 조정됐다"며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운송 차질 등의 대외 위험요인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