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이해를 구할지 여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4일 기시다 총리가 미국의 이해를 얻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의욕을 계속해서 피력해오고 있는데, 실제 북한과 일본은 제3국에서 비밀리에 접촉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대통령실격인 일본 내각관방과 외무성 등이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일본 주간지 슈칸겐다이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북일 정부 관계자 간 회담을 했으며, 6월께 기시다 총리가 방북할 것이라는 구체적 시점까지 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한 “바이든 대통령도 납치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협력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미일의 협력을 활용하면서 여러 현안 해결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납치 피해자 가족이 고령화하면서 납치 문제는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권 문제라고 느낀다. 더욱 강한 생각을 갖고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서부터 북일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당시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 속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한 것과 대비되기도 했다. 그는 국회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만남과 납치 문제 및 핵·미사일 문제의 포괄적 해결,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 청산, 북일 수교 등을 언급했다.
또한 같은 달 신임 총리로서 처음 갖는 기자회견에서도 “납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조건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북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주요 외교 과제로 꼽고 있는 문제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걸쳐 북한에 의해 발생한 일본인 납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는 17명의 납북 피해자 가운데 5명만이 귀환해 12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해결 상태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12명의 일본인 가운데 8명은 사망했으며 4명은 북한에 오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 6월 오랫동안 납북 피해자 구출 운동을 주도해 온 납북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씨가 세상을 떠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장수 외무상(2012~2017년)을 지내며 ‘외교의 기시다’를 자처하는 기시다 총리로서는 북한과의 외교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누구보다 염원하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