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일컫는 엥겔지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을 웃돌고 있다. 가계의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서민층의 먹고사는 문제가 더 악화했다는 의미다.
6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집계됐다. 1월에 2.8%를 기록한 뒤 한 달 만에 3%대로 반등했다.
2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1년 전보다 6.9% 오르며 전체 물가를 1.0%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특히 과일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물가가 전년 대비 20.9% 폭등했다.
신선식품지수도 신선과실이 41.2% 오른 영향에 1년 전보다 20.0% 상승했다. 신선과실은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신선식품은 2020년 9월(20.2%)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생필품 위주로 144개 품목이 포함된 생활물가지수는 3.7%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 중 110개 품목의 가격이 1년 전보다 더 오르는 등 체감 물가가 악화일로다. 구체적으로 식품 84개 품목 중 63개 품목, 식품 이외 60개 품목 중 47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 행진을 벌이면서 엥겔지수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엥겔지수는 전체 소비지출 중 비주류음료를 포함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가계 형편이 나아질수록 낮아지기 마련인 엥겔지수가 다시 들썩이는 건 서민들의 삶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79만2035원, 이 가운데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9만6943원으로 엥겔지수는 14.2% 수준이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의 13.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만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2021년(15.9%)보다는 낮다.
통계청 관계자는 "팬데믹 때는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집밥 의존도가 높아 엥겔지수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이후 점차 조정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팬데믹 기간 중 엥겔지수가 상승한 건 이례적인 경우라는 얘기다.
소득 수준은 답보를 거듭하는데 먹거리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이 유지될 공산이 커 향후 엥겔지수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2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실질 근로소득은 오히려 1.9% 줄어들어 2022년 3분기 이후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실질 사업소득도 1.7% 줄면서 5분기 연속 쪼그라들고 있다. 실질 근로소득·사업소득이 동시에 감소한 건 팬데믹 기간이던 2021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