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동안 한 선거구로 동고동락을 해왔던 진안군·무주군과 작별해야만 하지만 ‘10석 유지’란 대의를 위해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정치권에 대한 격앙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일 장수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여야가 29일 비례대표(47석)를 1석 줄여 전북 지역구 10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전북에서는 인구 하한선을 밑돌았던 남원·임실·순창에 장수군을 갖다붙이는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됐다.
이에 장수군에서는 아쉬움과 혼란이 교차하며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책임론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무진장’으로 불려지는 진안군·무주군·장수군은 지난 1971년의 제8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제6대 총선부터 제21대 총선(2020년)까지 한 선거구였다. 햇수로 61년이나 된다.
그나마 제8대 총선에서는 진안군, 무주군·장수군이 각각 한 선거구를 이뤘을 뿐이다.
이후 진안군·무주군·장수군은 제16대 총선(2000년)까지 3개 군이 한 선거구였다가, 제17~19대까지 임실군과 한 가족이 됐다.
이어 인구 감소로 인해 제20대 및 제21대 총선에서는 완주군과 새로운 가족을 꾸렸다.
그만큼 진안군·무주군·장수군이 총선에서 다른 선거구로 떨어져나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올초 남원·임실·순창에 장수군을 추가한다는 여론이 제기되자, 장수군의회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장수군의회는 올 1월 초 “수십 년을 함께해 온 선거구를 분리해 다른 선거구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는 장수군민 뿐만 아니라 무주·진안 군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지역 정서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3곳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구 획정은 오히려 공통 현안 사업 추진 차질로 이어져 지역발전의 저해를 가져와 농촌 붕괴와 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군의회 및 주민의 우려대로 진안군·무주군과의 분리가 현실화되면서 장수군에서는 아쉬움 속에 당혹스러움이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 가족처럼 생각하며 진안군·무주군과 협력관계를 유지해가며 각종 지역현안을 추진해왔는데, 좀처럼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남원·임실·순창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해나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원 출신이 대부분인 후보들이 장수 현안을 얼마나 꿰뚫고 있는 지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농업 발전방안 등 당장의 현안은 물론이고, 달빛철도 개설에 따른 노선의 장수읍 또는 장계면 경유와 첨단산업단지 조성 등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 비록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앞서서 ‘장수 공들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당선되고 나면 그 관심이 금새 사그러들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광훈 장수군의원은 “10석 유지란 대의를 위해 장수군이 진안군·무주군과 분리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상당부분 혼란스럽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조만간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는 만큼, 남원·장수·임실·순창을 4년 동안 대변할 후보에게 군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현안을 꼼꼼히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안호영 현 의원과 지역 정치권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이모씨(번암면·69)는 “진안·무주·장수를 분리시키지 않고 전북 의석수 10석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장수군만 따로 분리시킨 것은 당선 가능성만을 염두에 둔 술책이 아니까 의심된다”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안호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북 10석을 지켜내야만 했고, 장수를 분리해야 하는 소식에 생살을 찢어내듯이 아팠다”며 “저를 키워주고 훌륭한 일꾼으로 만들어준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안 의원은 “저는 앞으로도 완진무장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고, 장수군은 지역 일꾼 2명이 생기는 것”이라며 “앞으로 진행할 장수 현안을 변함없이 챙기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