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유명인의 가상자산 광고를 금지하거나,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원금·수익을 보장한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구체적인 규제가 마련돼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3월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이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기업을 홍보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영국에서도 같은 해 10월 가상자산 광고·홍보를 엄격히 규제하는 지침을 내놨다. 최대 2년의 징역형은 물론, 무제한의 벌금형도 가능하다.
미국 역시 유명인이 불법적으로 가상자산을 홍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원금·수익 보장 등 허위 광고에 대한 세부 규제를 두고 있다. 방송인 킴 카사디안이 홍보비의 5배에 가까운 약 19억원의 벌금을 물은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은 가상자산 범죄를 자본시장법 내 주식불공정거래로 적용하는 등 가상자산의 성격을 증권으로 보고 있어 금융 범죄처럼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다. 바이낸스가 다양한 이유로 미국 정부의 철퇴를 맞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벌금을 물게 된 배경에는 '가상자산 범죄가 곧 금융 범죄'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불분명한 탓에 강력한 범죄 처벌이 어렵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주식과 같이 가상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상자산 가격을 띄우기 위해 홍보를 했다는 이유로도 처벌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도 모호하고, 가상자산법을 별도로 마련하려다보니 법이 시행되지 않은 현재까지는 가상자산 범죄를 사기죄 등으로 처벌해야 한다.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금융범죄보다는 처벌 수준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금융당국도 이용자보호 체계를 만드는 데 서두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전담 조직인 감독·조사국을 설치한 것은 물론, 지난해 말부터 불공정거래·투자사기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신고 사례를 쌓아 가상자산법 시행 후 조사 단서로 활용할 예정이다. 문정호 금감원 가상자산조사국장은 "새로운 유형의 가상자산 투자 사기를 소비자경보를 통해 알리고, 경찰청이나 국가수사본부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문제 혐의가 뚜렷한 경우에는 검찰과도 공유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와 관련해 △가상자산거래소 이상거래 감시 △당국 조사 △고발·수사기관 통보 △ 과징금, 제재 심의·의결 등에 관한 세부 내용을 다루는 '가상자산 조사업무 규정'도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사업무 규정은 가상자산법과 별개로 조사를 위한 당국의 기준을 세우는 안건"이라면서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