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해 자신을 각인시켜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톱스타는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기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주경제는 이들이 명장면과 명대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어떤 비하인드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이 걸어온 연예계 생활의 발자취를 되돌아봅니다. -by 건희-
배우 이하늬(41)가 원톱 주연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하늬는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서 열연을 펼치며 자신이 왜 '이하늬'인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데뷔 초 이하늬는 '서울대 출신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로 유명세를 탔다. 또 문희상 전 국회의장 조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화제성을 바탕으로 이하늬는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여러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해 연기력을 쌓았다. 그럼에도 대중은 이하늬의 '타이틀'에만 집중했다. 이하늬는 본인 연기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직접 증명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국악 전공자' 이하늬의 진가가 드러난 장구춤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은 이하늬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역적' 속 이하늬는 홍길동(윤균상 분)을 사랑함에도 연산군(김지석 분)의 아내가 되기를 선택한 숙용 장씨 역할을 맡았다.
이하늬는 외모부터 배역과 찰떡이었다. 이하늬는 화려한 한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동양의 미'를 제대로 보여줬다. 또 이하늬는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악녀' 본색도 드러내 이중적인 매력을 선보였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이하늬의 눈빛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하지만 최고의 명장면은 이하늬가 펼친 '장구춤'이다. 이하늬의 '장구춤'에는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던 전문성이 돋보였다. 바로 이하늬가 서울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이하늬는 극 중 김지석이 윤균상을 무너뜨린 것을 기념하는 연회에서 장구춤을 췄다. 자신이 사랑하는 윤균상을 무너뜨린 분노와 자신도 내쳐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 장구춤 하나로 표현해냈다.
이하늬의 남다른 장구 솜씨와 특출난 표정은 압권이었다. '역적'의 전통무용을 담당한 김시화 안무가는 "이하늬가 이 장면을 3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촬영이 비는 날이면 늘 연습실을 찾았다"며 "장구춤의 일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사극에서 나오는 장구춤 중에 최고", "가야금 전공이라면서 장구도 잘한다", "임팩트가 강렬했다" 등의 반응을 내놓으며 감탄했다.
"헤이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지 아늬"
이하늬는 테마곡까지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7'에 출연해 '레드카펫'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하늬는 망가짐도 불사하며 노래를 이어갔다. 특히 곡 중 "헤이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지 아늬? 오늘 날 레드카펫에서 가장 빛나는 별. 어때 섹시하늬. 좋아 기분이다. 에브리바디 나우. 다 사인받아. 다 사인받아"라는 가사는 시청자들에게 중독성을 불러 일으켰다.
망가지는 모습도 서슴지 않았던 이하늬는 결국 시청자에게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선사했다. 당시 이하늬에게 사인을 받던 역할을 한 송원석은 이후 2021년 SBS 드라마 '원더우먼'에서 앙숙 부부 케미를 선보였다.
"이따구로 조사놔"
이하늬는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관객에게 자신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극한직업'에서 이하늬는 '무에타이 동양 챔피언' 출신 형사 장연수 역을 맡았다. 그는 극 중 발차기를 활용한 무에타이 액션과 톡톡 터지는 유머를 선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중 이하늬는 마형사 역을 맡은 진선규와 티격태격하는 앙숙 케미를 선보였으며 멜로 연기로도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이하늬가 극 중 진선규 얼굴을 때린 선희 역의 장진희에게 "그나마 볼 게 얼굴밖에 없는 애를 이따구로 조사놔"라며 울부짖는 장면은 '극한직업' 명장면 중 하나다. 이어 이하늬는 진선규에게 "네가 얼굴밖에 볼게 더 있냐"며 덤덤히 마음을 고백하고 두 사람은 진한 키스를 나누며 사랑을 확인한다.
키스신 후일담도 화제를 모았다. 이하늬와 키스한 진선규는 "생각했던 키스신이 아니라 입술 액션이었다. 이하늬가 리드를 해서 찍었다"고 밝혔다. 무에타이를 활용한 화려한 액션신부터 특급 유머까지 겸비한 장연수 역의 이하늬가 없었다면 '극한직업' 속 재미는 반감됐을지 모른다. 이런 활약이 겹쳐진 '극한직업'은 무려 1626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극한직업'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증명한 이하늬는 '꽃길'을 걷게 된다.
"나 불사조야"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는 이하늬 특유의 천역덕스러운 연기가 만개했다.
이하늬는 '열혈사제'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팀 검사 박경선 역을 맡았다. 박경선은 드라마 초반 본인 출세만을 바라보는 그야말로 '나쁜 검사'였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겪고 '열혈사제' 김해일(김남길 분)과 만나며 점차 변화한다. 이 과정에 이하늬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검찰 윗선이 자신을 찍어누르려 해도 "나 불사조야"라고 소리치며 묵묵히 걸어나간다.
'열혈사제' 속 이하늬는 능청스러우면서도 뻔뻔하고, 진지할 때에는 한없이 진지한 모습을 표현해냈다. 이러한 이하늬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열혈사제'가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로 인식된 배경에는 이하늬의 연기가 한몫했다.
사실 '열혈사제'에서는 김해일의 인상이 가장 강렬했다. 하지만 그와 호흡을 맞춘 상대가 이하늬였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여기에 수많은 조연도 '연기 구멍'이 없는 모습으로 '열혈사제'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들의 완벽한 케미가 어우러진 '열혈사제'는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22.0%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열혈사제2'가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나이 들면 뇌도 노화"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은 이하늬가 첫 타이틀 롤을 맡은 작품이다. 이하늬는 '원 더 우먼'에서 재벌가 유민그룹 막내딸이자 한주그룹의 며느리 강미나, 중앙지검 형사 3부 검사 조연주 역을 동시에 맡았다. 1인 2역이라는 부담스런 배역에서도 그의 진가는 돋보였다.
앞서 강미나는 시댁 식구 핍박에 고통 받아왔는데, 행방불명된 강미나를 대신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조연주가 재벌가 한주그룹의 며느리로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연주는 시어머니 서명원(나영희 분)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또 이하늬는 본인에게 막말하는 나영희에게 "괜찮아요. 나이 들면 뇌도 노화되니까"라며 필터 없는 발언까지 날린다. 현실에서는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이지만, 시댁 잔소리에 마음 상한 수많은 며느리는 이하늬를 통해 대리 만족할 수 있었다.
이하늬는 평소 기가 죽은 강미나와 항상 당당한 조연주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마치 두 사람이 연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이하늬의 '원 더 우먼'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17.8%를 기록했다.
"내가 또 그렇게 쉽게 잡힐 사람은 아닌데"
이하늬는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서 사실상의 '원톱 주연'으로 나서며 가치를 증명해냈다. '밤에 피는 꽃'에서 그는 비밀을 간직한 '수절과부' 조여화 역을 맡았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남편의 죽음과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오라버니로 인해 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야만 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배역이었지만, 이하늬는 코믹적인 요소를 섞어 슬픔과 코믹을 넘나들었다. 여기에 액션신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출산 후 6개월 만에 복귀한 이하늬는 작품을 위해 와이어에도 몸을 묶었다. 또 이하늬는 조사관 박수호(이종원 분)에게 생전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깨닫게 되는 모습까지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밤에 피는 꽃' 속 명대사도 박수호와 함께 있을 때 나왔다. 초반부 박수호와 대척점이 생겼을 때 "내가 또 그렇게 쉽게 잡힐 사람은 아닌데"라며 칼을 주고 받았지만, 이후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 마지막화에서 다시 나온 이 대사는 사뭇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이제 이하늬는 '존재 자체가 장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본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능청스럽고 때론 천연덕스러우면서 사이다 같은 매력을 고루 갖춘 새로운 '코믹퀸'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이하늬 필모그래피
△데뷔-2006 미스코리아 진
△주요 출연작
2010년 MBC 드라마 '파스타'
2012년 영화 '연가시'
2014년 영화 '타짜 : 신의 손'
2017년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2017년 영화 '부라더'
2019년 영화 '극한직업'
2019년 영화 '블랙머니'
2019년 SBS 드라마 '열혈사제'
2021년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2023년 영화 '유령'
2024년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