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온·리벨리온·퓨리오사AI·딥엑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 중인 국내 팹리스(설계) 업체들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 참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K-AI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초거대언어모델(LLM) 수요에 대응해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강화하는 것을 기회로 여기고, 서버 제조사와 협력해 관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주요 K-AI 반도체 기업들이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 2024에 부스를 마련하고 유럽·중동 지역 고객 확보에 나섰다.
여기에 모회사 SK텔레콤 주도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가 결성된 점도 사피온에 많은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소모가 심한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K-AI 반도체 기업이 만든 저전력 추론용 칩이 통신 AI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피온은 일본 1위 이통사 NTT도코모의 미국 자회사 도코모 이노베이션스와 사피온 AI 반도체 활용을 목표로 최근 기술검증 공동 수행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사피온 제품은 LLM과 이미지·비디오 처리(DSP), 시각지능(컴퓨터비전) 등의 추론에 쓰일 예정이다.
리벨리온은 KT 부스에 자사 AI 반도체 '아톰'을 알리기 위한 미니 부스를 꾸렸다. 앞서 리벨리온은 이달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반도체학회인 'ISSCC 2024'에 참가해 아톰의 성능을 전 세계 연구자·기업에 시연했다. 이 자리에서 많은 미국 연구자가 아톰의 전력효율성(TCO)과 범용성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주요 투자자인 KT와 함께 MWC 2024에 참가, 글로벌 이통사와 IT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K-AI 반도체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올해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아톰을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만큼 글로벌 이통사 수요에 본격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다. KT클라우드와 다양한 크기의 LLM을 추론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도 공동 구축한다.
퓨리오사AI는 대만 서버·메인보드 제조사인 에이수스(ASUS)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 AI 반도체 '워보이'를 활용한 딥러닝 서버를 출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MWC 에이수스 부스에서 워보이를 활용한 딥러닝 서버 실물을 시연한다. 시각지능 AI 서비스를 저렴하게 운영하려는 기업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딥엑스도 자체적으로 이번 MWC에 참가해 에지(사물인터넷)용 AI 반도체와 온 디바이스 AI 관련 기술을 시연할 방침이다. 특히 딥엑스는 '거대 AI의 연합 구동'이라는 주제로 온 디바이스 AI 사업 관련 청사진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온 디바이스 AI는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에서 LLM을 추론하는 것을 말한다. 딥엑스는 LLM을 추론할 수 있지만 전력 소모는 몇 와트(W) 단위인 온 디바이스 AI 특화 AI 반도체를 내년 하반기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