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상장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를 2026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지도 하에 상하이·선전·베이징증권거래소는 상장회사의 ESG 공시의무에 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만들어 의견수렴에 돌입했다고 중국 제일재경일보가 22일 보도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회사는 ESG 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와 이행 조치, 에너지 자원 소모량과 재활용 등 환경 정보 △농촌 진흥, 혁신 성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사회 기여도 △기업 거버넌스와 함께 반부패, 반불공정경쟁 등의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 특히 농촌진흥 사업처럼 중국 공산당이 제창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같이 잘살자)' 캠페인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중국특색 ESG 보고서'라는 평가도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EU)이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S)을 도입해 올해부터 대기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했는데, 중국도 EU와 발맞춰 동일한 수준의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ESG 공시를 글로벌 표준에 맞춤으로써 더 많은 외자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는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하락), 미·중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중국 시장에서 급격히 이탈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안치 당 유럽기후재단(ECF)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중국의 가이드라인은 글로벌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GSSB)에서 정한 글로벌 가이드라인보다 더 엄격하다"며 "중국기업이 ESG를 올바르게 실천한다면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의 보야 왕 ESG 애널리스트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과 같은 전통적인 테마를 넘어서 ESG 투자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철강·농업 등 오염배출량이 많은 전통 산업에 대한 ESG 투자를 유도해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방식을 개조하는 데 자금이 활용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중국 증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장사의 약 3분의 1인 1700곳이 ESG 보고서를 발표했고, 3000곳 이상은 이미 탄소배출량 감소나 효과 등을 공시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 내 ESG 평가 주체나 표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ESG 보고서의 품질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