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출시에 맞춰 경쟁적으로 내렸던 대출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다. 새해부터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경고에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안정화를 위해 이번 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05∼0.20%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의 대표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인 신한주택대출의 금리는 연 4.22∼5.82%로 0.2%포인트 올랐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을 기본으로 하는 신한전세대출도 직전보다 0.10%포인트 오른 3.96~5.46%로 조정됐다.
앞서 지난 7일엔 KB국민은행이 주담대 가산금리를 0.23%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5일 연 4.07~5.47%에서 연 4.12~5.52%,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39~4.79%에서 연 3.75~5.15%로 올랐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아직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으나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들이 지난달 주담대·전세대출의 대환대출 출시와 함께 줄줄이 금리를 인하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당시 금리 인하 경쟁으로 은행권은 신규 주담대 상품 금리를 0.4~1.4%포인트 낮춘 바 있다.
시중은행이 한 달 만에 금리 인상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98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4000억원 늘어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담대가 4조9000억원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당국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모기지 상품 수요보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대출 증가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일별로 모니터링하면서 대출증가 속도가 과도할 경우 당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관리 목표치(2% 이내)를 맞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26일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이 이달 가계대출 수요를 추가로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금융권은 스트레스 DSR이 본격 시행되면 대출 한도가 수천만~수억원 줄어드는 만큼 시행 전 차주들의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금리 인하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금융당국이 이제는 부채 증가의 화살을 은행에 돌리고 있다"며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가계부채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