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은 자동차 운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손해 및 피해자를 보상하기 위해 가입이 의무화돼 있고, 피해자의 치료 기한을 규정하지 않는다. 대부분 가입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있는데, 타인에게 입힌 신체상해 배상(대인배상) 한도를 무한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피해자는 치료 기한이나 금액 한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 기한이나 금액 한정 없는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은 염좌·타박상 등 경상환자 치료비를 지난 10년 동안 다섯 배 증가시켰다. 경상환자 1인당 (실질)치료비는 2013년 2분기 19만원에서 2023년 2분기 92만원으로 높아졌고, 한방치료비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75%로 세 배 높아졌다. 치료비 증가 이면에는 접촉사고를 당한 운전자가 1000만원의 치료를 받고 1000만원의 합의금을 보상받는 등 사회적으로 보편적이지도 타당하지도 않은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치료비 증가는 자동차보험 계약자가 부담하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계약자 한 명이 부담하는 대인배상 비용은 2019년 22만3000원이었다. 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물가와 환율을 고려한 원화 기준으로 일본 7만5000원, 영국 13만3000원, 미국 17만2000원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5.1%로 미국(2.6%)보다 두 배 가깝게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고 일본(–2.8%)과 영국(–0.6%)은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제도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비용이 우리나라에 비해 낮고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에서 치료 기간이나 방법을 규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의 소견으로는 첫째, 자동차보험의 근거법과 규정이 중상해 환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절단·골절·탈구 등 중상해 환자가 대부분이던 시절 피해자의 치료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중상해 환자의 경우 치료 종료 시점(증상 고정 시점)을 의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규정이 필요 없었을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손해배상이기 때문에 가해자는 피해자의 손해를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의과든 한방진료든 피해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본과 다르게 치료 방법과 관련된 관리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상해 환자 중심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배상책임에 대한 인식은 자동차보험 환자가 중상해 환자일 경우에는 타당할 수 있지만 상해 존재 여부와 심도를 알 수 없는 경상환자가 대부분인 상황(2020년 자동차보험 치료비 기준 95%)에서는 타당성에 의구심이 든다. 타박상 환자가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첩약 등 6가지 이상 한방진료를 받는 현상은 보편적인 타박상 치료와는 다르게 보인다. 미국 자동차보험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 과정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가 요구하는 손해배상 금액의 3분의 1 수준에서 배상 금액이 결정된다. 이는 손해배상이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입힌 손해(상해)에 대해 타당한 수준에서 배상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이 발표됐는데 추진 방향 가운데 하나인 불필요·과잉진료 억제를 통한 의료비 절감은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에서도 추진돼야 할 방향이다. 사회보험 성격을 갖는 자동차보험이 사회적으로 보편적이고 타당한 손해배상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상환자에 대한 증상의 고정 시점 도입과 치료 방법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