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의 권주가] 고금리 올라탄 'ETF 급성장', 올해도 이어진다

2024-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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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내 ETF 시장 121조…최고치 경신

전년比 54.2%↑…글로벌 대비 성장세 우위

고금리에 CD·KOFR·SOFR 등 금리형 ETF 인기

합성 ETF, 증권사 재정 따라 수익률 달라져

전문가들 "올해 액티브·채권형은 성장 지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株式) 거래와 채권(債券)을 비롯한 증권 투자가 대중화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는 나날이 새로운 종목이 상장하고 수많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이들 종목이나 지수와 관련한 상품을 끝없이 쏟아냅니다. '채권·주식 가치 탐구(권주가·券株價)'는 자본시장에 이제 입문한 기자가 종목, 시장, 산업을 공부하고 관점을 세워 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크게 흥행하고 있습니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것인데, 등장 초기부터 상품의 다양성과 거래의 편리함으로 초보와 고수를 가리지 않고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기준금리 인상과 유지로 5%대의 높은 정책금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금리에 연동된 ETF에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낳았습니다. 올해 하반기 연준 정책금리와 맞물려 국내 통화 정책상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ETF 시장의 급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단 한국거래소가 올해 초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도 글로벌 ETF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짚은 바 있어요. ETF 시장조사업체인 ETFGI 자료를 인용해 6월 29일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했고 11월 30일 기준으로는 121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죠. 11월 말 기준 글로벌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10조7470억 달러(약 1경4386조원)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는데요. 국내 ETF 시장의 절대적인 크기만 놓고 보면 글로벌 시장의 0.84% 비중에 불과하지만, 전년 말 대비 증가율은 54.2%에 이를 만큼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기준 순자산총액 5위권에 포진한 국내 ETF 종목 구성을 보면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KODEX 200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등이 있었어요. 상위 1, 2위 종목이 순자산총액 기준 국내 ETF 시장 10.9%를 차지했고, 순자산총액 1조원을 넘는 종목 수는 26개로 전년 대비 4개 많아졌어요. 자산총액과 별개로 2023년에는 신규 상장 종목이 연간 최대인 160개에 달해서 연말 전체 종목 수는 812개가 됐고요. 신규 상장 종목 가운데 46%(73종목)를 차지한 유형이 비교 지수 수익률 이상을 기대하는 투자자를 겨냥한 '액티브 ETF'였습니다.
 
20022023년11월말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과 종목수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2002~2023년(11월 말)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과 종목수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23년까지 상장된 종목 중 14개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미국무위험지표금리(SOFR) 등 금리와 연동해 수익을 내는 '금리형 ETF'였다는 사실이에요. 한국거래소는 이에 대해 "고금리 추세 지속에 따라 투자자들의 단기자금운용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어요. 2022년도까지 상장된 종목 중 금리형 ETF는 3개에 불과했는데, 2023년도에만 11개가 신규 상장된 거예요. 자산운용사들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전기차, 바이오 등 성장주 테마형 ETF를 대거 쏟아내는 가운데 금리형 ETF 수요도 시장에서 확실한 수요층을 보유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평균 거래대금을 보면 금리형을 포함한 일반형(정배수) 등 전체 ETF 상품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3247억원에서 1조9895억원으로 50.2% 증가했습니다. 2022년 대비 투기적 성향이 강한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의 거래대금은 1조4581억원에서 1조2182억원으로 16.5% 감소해, 안정적 수익 추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죠. 특히 금리형 ETF라는 이름처럼 이에 투자한 투자자는 고금리 덕분에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추구할 수 있었는데요. 한국거래소도 "2023년 한 해 동안 ETF에 유입된 자금의 상당 비중이 금리형 ETF에 집중됐다"며 "KOFR, CD 등 금리 ETF의 순자산 총액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금리형 ETF는 '합성 ETF'의 일종인데요. 합성 ETF는 종목을 실제로 보유하는 대신 목표지수 수익률을 제공받는 스와프(swap)거래 계약을 증권사와 체결해 운용한다는 점에서 실물 ETF와 구별됩니다. 전통적인 ETF 상품은 목표 지수에 속한 종목을 펀드에 직접 편입해서 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에서 '실물 ETF'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실물 ETF와 구별되는 합성 ETF의 설계 구조를 좀 더 파고들어 보자면, 자산운용사가 투자받은 현금으로 대체 자산을 매입하고, 이 대체 자산 수익률을 증권사에 지급하고 그 대가로 목표지수 수익률을 수령하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가 됩니다.
 
합성 ETF의 구조 자료자본시장연구원
합성 ETF의 구조 [자료=자본시장연구원]

금리형 ETF 상품 수요 증가를 합성 ETF 시장의 성장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11월 '합성 ETF 시장의 성장과 투자자 유의 사항' 보고서를 통해 합성 ETF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2019년 말) 대비 2023년 10월 시가총액(순자산총액)은 20조원을 기록"했고 "최근 합성 ETF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국내 단기금리 추종 ETF의 흥행에 기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권 연구위원은 이런 합성 ETF가 "실물 복제가 어려운 글로벌 주식 및 채권 지수, 레버리지·인버스 지수 등을 추종할 수 있게 해 국내 투자자의 투자 선택 폭을 넓히고 국내 ETF 시장 다양성 증가에 도움을 준다"고 평했죠.

합성 ETF의 비중이 금리형 ETF를 중심으로 전체 ETF 시장에서 빠르게 커졌지만, 합성 ETF는 증권사 재무 상황에 따라 약속된 수익률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위험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발생할 손실을 재무제표에 적극적으로 인식하라고 여러 차례 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는 중소형 증권사의 재정 상황이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나빠질 우려가 있거든요. 하반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려서 고금리 상황이 언젠가 종식될 수 있고요.

시장금리가 오르고 주식·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할 때는 안정성이 높은 단기금리 ETF에 자금이 몰리는데, 금리가 내리면 반대 효과를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전문가들의 관측에 따르면 금리형 ETF가 아니더라도 전체 ETF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1월 자본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9가지 이슈를 선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ETF 상품 유형의 다양화와 활용도 증대에 따른 '액티브형 ETF' 시장 활성화였어요. 펀드 매니저가 근로자의 은퇴 시기에 맞춰 투자 대상 자산 비중을 조절해 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비롯해 여러 자산 배분형 액티브 ETF와 채권형 ETF의 성장세가 좋을 것이라고 봤죠.

국제금융센터(KCIF)는 지난 1월 26일자 글로벌 ETF 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ETF 관련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다음 세 가지 특징을 짚었습니다. 첫째, 채권 ETF 유입 가속과 금리인하 전망 낙관주의 지속. 둘째, 벤치마크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 ETF는 고배당 ETF 등으로 고성장세. 셋째, 뮤추얼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자사 뮤추얼 펀드를 ETF로 전환해 거래소에 상장하는 사례 증가. KCIF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투자전략 및 기초자산 다양화, 편의성 확대에 따른 투자수요 충족 등을 바탕으로 ETF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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