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제(중국 설) 연휴기간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시 코스트코(룽화점)와 샘스클럽(첸하이점)에는 오전 10시 오픈하자마자 물건을 사러 오는 홍콩인으로 붐볐다. 생활 잡화와 의류 코너가 홍콩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홍콩에서 아침 일찍부터 셔틀버스를 타고 샘스클럽에 왔다는 궈씨는 "홍콩보다 물건이 훨씬 싸서 쇼핑할 맛 나네요"라고 말했다.
중국 증권시보가 19일 보도한 홍콩인들의 '북상(北上)' 소비 열기다. 북상 소비, 남쪽 홍콩인들의 중국 본토 쇼핑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춘제 연휴 사흘째인 12일 하루에만 선전과 홍콩을 잇는 출입경사무소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간 관광객 수는 81만25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3년 2월 출입국 심사를 재개한 이후 일일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5.82% 늘었다. 증권시보는 “과거엔 중국 본토인의 홍콩 관광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홍콩인의 중국행 관광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인의 본토행이 늘면서 올해 춘제 기간 광둥성 관광업계도 대폭 활기를 띠었다. 실제로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이어진 춘제 연휴 기간 광둥성을 찾은 관광객만 7606만9000명이다. 지난해 춘제 연휴와 비교해 68.4% 증가한 것은 물론, 2019년보다도 20% 넘게 늘었다. 이에 따른 관광수입도 693억6000만 위안으로, 2023년 대비 160.8%, 2019년 대비 4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성도일보는 “홍콩인의 북상소비가 늘어난 덕분으로 짐작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표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에 따르면 춘제 연휴기간 위챗페이 홍콩 이용자의 중국 본토 내 온·오프라인 결제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5배, 거래액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2월 중국과 홍콩 간 통관이 완전히 재개되면서 홍콩인들의 중국 본토행이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홍콩 이민국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연인원 5334만명의 홍콩인이 중국 본토를 방문했으며, 이 중 4000만명 이상이 선전~홍콩 출입경사무소를 통해 출국했다. 같은 기간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 관광객수는 이보다 적은 연인원 2654만명이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광둥성을 중심으로 홍콩·마카오 경제를 통합 발전시키는 이른바 웨강아오 대만구 계획을 적극 추진하면서 이 지역 내 교통·금융결제 인프라가 상호 연결한 덕분이다. 또 위안화 가치 절하로 선전 등지에서는 홍콩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가격으로 같은 품질의 숙소나 식당, 오락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홍콩인들이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선전시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홍콩인 관광객 유치 노력을 벌인 것도 주효했다. 실제로 선전의 여러 쇼핑몰에서는 홍콩을 오가는 직통 셔틀버스를 마련해 쇼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샘스클럽이 대표적이다. 홍콩 췬완, 왕자오 등지에서 전용 셔틀버스를 타면 번거로움 없이 샘스클럽을 오갈 수 있다. 셔틀버스 왕복 이용료는 100위안에 불과하다. 샘스클럽은 또 홍콩 관광객 2인당 260위안 상당의 1년짜리 회원카드 1장도 무료로 배포하고, 홍콩으로 배송서비스까지 제공할 정도다. 한 선전 주민은 중국 현지매체 36kr에 “샘스클럽에 가면 선전사람보다 홍콩사람이 더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홍콩여행사는 지난달부터 샘스클럽, 코스트코 같은 중국 본토 창고형 마트 단체관광도 만들어 출시했다. 특히 지난달 12일 중국 남부 지역 1호 코스트코 매장이 선전에 상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홍콩인들의 투어 행렬이 이어졌다. 당시 홍콩 링화 여행사가 코스트코 개장일에 맞춰 출시한 코스트코·샘스클럽 1박2일 단체관광 상품 359위안짜리는 출시하자마자 매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