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30실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일반숙박시설은 전체 객실의 1% 이상을, 관광숙박시설은 객실 수와 상관 없이 3% 이상을 장애인 이용 가능 객실과 편의시설을 각각 갖춰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숙박시설 중 장애인 객실을 갖춘 곳은 50%도 채 되지 않았다. 장애인 이용 시설을 갖췄어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미흡한 곳도 다수였다.
2020년 8월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30실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숙박시설 100곳(일반숙박시설 65곳·관광숙박시설 3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곳이 장애인 이용 객실을 갖추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황은 더 악화했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코로나 기간 호텔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그나마 있던 장애인 객실도 줄이거나 없앤 곳이 늘었다"면서 "장애인 객실 3개를 보유하던 호텔은 1개로 줄였고, 아예 없앴다며 예약을 안 받는 곳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객실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곳도 여전했다. 전 대표는 "최근 장애인 객실을 예약했는데 객실에 안전 손잡이를 다 떼어 놨거나, 화장실에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부 호텔은 사전 예약을 해도 당일에 객실을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미리 예약을 했는데도 당일 현장에 와봐야 객실 이용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온라인여행사(OTA)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아고다 등은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객실'을 안내하고 있다. 다만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렵고, 장애인 객실 여부를 알 수 없어 숙소에 따로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관리 감독이다.
관광호텔업 등급 평가 기준에는 5성급 호텔은 장애인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를 비롯해 점자블록, 장애인 주차구역, 장애인 화장실 등의 평가 항목 중 10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관할 지자체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업체에 시정명령과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규정이 느슨해 강제성이 없어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편의시설 관리·감독이 어려운 실정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세계 곳곳에서 '배리어 프리(장애인의 물리적·심리적 장벽 제거)' 운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는 설비 구축과 인식 변화 등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강제성이 없는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된 법안 개정이 이뤄져야 무장애 관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