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20일 서울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공식 개막전에 맞춰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15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양국 정상이 개막전인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경기를 함께 관전하는 안이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일본 민영방송 FNN(후지뉴스네트워크)은 내달 20일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 방한 및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 역시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방한한) 기시다 총리가 역사 문제에 있어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아주경제에 전했다.
한편 일본의 분위기와 관련해 한 일본 매체 기자는 “자민당 내에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다. 윤 대통령에게는 4월 총선 전 긴밀한 한일관계를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득이 될 순 있어도 기시다 총리에게는 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현재 일본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집권 자민당의 파벌들이 정치자금 행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난 뒤 6개 파벌 가운데 4개가 해산을 결정하면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파벌 정치가 일대 변혁을 맞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내각 지지율은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에 계속해서 머물고 있다.
일본 여론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한 40대 남성 회사원은 “파벌 해체 문제로 (일본) 국내 정치가 어지러운 마당에 한국에 건너가 오타니의 경기를 본다는 것은 아무리 ‘둔감력(鈍感力)’이 높은 기시다 총리로서도 조심스러운 일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은 “야구팬들은 표를 못 구해 발을 구르는데 총리라는 이유로 오타니의 경기를 관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는 3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개막 2연전은 일본에서도 뜨거운 관심사다. 다저스에 입단한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데뷔전이 이들 경기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야구 팬들 입장에서는 오타니의 부상 회복 후 복귀 무대임과 동시에 다저스 이적 후 첫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는 '다음 달 중순 한일 정상회담 개최'라는 아이디어를 놓고 양국 정부간에 검토 중에 있으나 일본 정치권 및 여론은 냉랭한 분위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