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내수 부진으로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다. 일본은행(BOJ)이 이르면 4월에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마이너스 금리 폐기 시점은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GDP가 연율 기준 0.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경제학자들의 예상치인 1.4% 증가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내수 위축이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경제 활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고, 기업의 자본지출 증가율은 -0.1%로 후퇴했다. 다만, 수출은 전분기보다 2.6% 늘었다.
로이터는 2분기 연속 역성장으로 인해 일본은행이 올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종료하려는 계획이 벽에 부딪히게 됐다고 전했다. 임금 인상이 소비를 떠받치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아이다 타쿠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성장 둔화, 국내 수요 약세, 새해 지진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 일본 경제가 다시 역성장할 위험이 있다”며 “일본은행은 장밋빛 GDP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GDP가 공개된 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50.42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예상보다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손실 폭을 되돌리며 약 1% 올랐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기업 실적이 탄탄한 점에 비춰 4월 중 마이너스 금리 폐기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책임자인 마르셀 틸리언트는 “2분기 연속 GDP 감소는 일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만, 기업과 고용 시장은 탄탄하다”며 4월 중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한편, 일본은 독일에 세계 3위 경제 대국 타이틀을 넘겨줬다. 명목 GDP 기준 55년 만에 독일에 뒤지면서 세계 4위로 하락했다. 일본의 지난해 명목 GDP는 591조4820억엔(약 5200조원)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4조2106억 달러다. 독일의 지난해 명목 GDP는 4조1211억 유로(약 5900조원)로 달러 환산 시 4조5000억 달러였다.
다만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일본에 뒤졌다.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1.9%로, 한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1.4%)보다 0.5%포인트 높았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뒤진 것은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