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54)이 자신의 개인 돈과 기획사 자금 등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친형 부부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가운데 이들 부부에 대해 1심에서 징역 2년과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4일 친형 박씨의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박씨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재판에 성실히 임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고 보고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또 박씨의 아내이자 박수홍의 형수인 이모씨가 일부 횡령에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 박씨가 박수홍과의 신뢰관계에 기초해 회사들의 자금을 관리하게 됐음에도 그 취지에 반해 회사 자금을 주먹구구식으로 방만하게 사용해 이 사건을 촉발했다"며 "이에 따라 박수홍과 고령의 부모를 포함 가족관계 전부가 파탄에 이른 것에 대해 피고인은 어떤 면죄부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박씨와 이씨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박씨는 2011∼2021년 박수홍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회삿돈과 동생의 개인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2022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도 일부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초 공소장에 적힌 횡령액은 61억7000만원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지난달 이 가운데 박씨가 동생의 개인 자금에서 횡령한 액수를 28억여원에서 중복된 내역 등을 제외한 뒤 15억원가량으로 수정하면서 48억여원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봤다.
이날 1심 결과에 박수홍 측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선고 직후 박수홍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노종언 변호사는 "실형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된다"며 "이씨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검찰과 상의해서 항소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박수홍은 법원에 엄벌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 탄원서에서 "(피고인들이) 나를 돈 버는 기계·노예로 대했다"며 "본인들의 범행을 은닉하기 위해 없는 사실들로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게 했고 일상생활이 완전히 망가져 파탄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또 "부모님을 앞세워 증인을 신청하고 부모님에게 거짓을 주입해 천륜 관계를 끊어지게 했다"며 "집안을 풍비박산낸 장본인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분통이 터지고 억울해 찢기듯 가슴이 아프고 한이 맺히고 피눈물이 난다. 부디 저의 지난 청춘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시고 피고인의 악행의 고리를 끊어내 주시길 바란다"며 "지난 30년 동안 선의를 이용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고소 이후 3년째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2차 가해를 일삼는 악질적인 피고인들에게 엄벌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