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분양 시장이 설 연휴 이후 본격 재개되면서 이달 말까지 약 2만가구가 공급된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기조에 따른 매수자들의 관망세 영향으로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분양 시장 양극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집값과 정부 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세 가격의 경우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시장 환경에 특별한 변화가 없어 당분간 횡보 국면이 예상된다"며 "집값 정체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 들어서야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집값이 떨어지며 전국 아파트 가격은 11주 연속 내리고 있는 추세다. 현 상황으로는 집값 하락 흐름이나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전환되기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수자의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저가 매물 위주의 매수 문의가 존재하지만 매물 가격이 일부 하향 조정되고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발생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한 키워드로 ‘금리’를 꼽는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 가격을 상승 기조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은 '금리 인하' 정도”라면서 “현 상황에서 주택 매매의 경우 급매물 위주로 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 시장 관망세로 인해 전세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양 전문위원은 "전세 시장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올해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상승세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역시 전세 시장에 대해 "설 연휴 이후 전세 가격은 꾸준하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매매 시장과 관련해서는 “서울 지역의 경우 신생아 특례 대출과 같은 정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겠지만 급매물 위주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분양 시장은 설 이후 공급이 몰리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인 13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전국 26개 단지, 총 2만1554가구(임대 포함)가 공급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1만8805가구로, 전체의 87.2%에 달한다. 이는 지난 1월 물량(8300여 가구)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18개 단지, 1만1945가구(일반분양 1만1228가구)가 공급된다.
다만 분양 시장 양극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 시장은 가격과 입지에 따라서 수요자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 역시 "입지나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는 분양이 잘되겠으나 그렇지 않은 단지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공급 물량이 몰린다는 의미가 청약 시장이 좋아졌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