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식재료 물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이하 성균관)가 공개한 '차례상 표준안'이 관심을 끈다. 성균관은 명절 차례상에 6가지 음식만 올려도 충분하며 만들기 수고로운 전은 꼭 올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는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 기준 28만1500원, 대형마트 기준 38만580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설 때보다 전통시장은 8.9%, 대형마트는 5.8% 늘어난 셈이다.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 온 성균관은 지난해 1월 떡국, 나물, 구이, 김치, 술(잔), 과일 4종 등 9가지 음식만으로 구성한 차례상을 공개했다. 여기에 육류, 생선, 떡 등을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차림도 가족이 서로 합의해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기름진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는 것.
성균관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인제 그만두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 차례상 기본 구성으로 알려졌던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도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이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단 뜻이다.
아울러 고인의 이름과 제사 지내는 사람의 관계 등을 종이에 적은 '지방'(紙榜) 대신 사진을 놓고 차례를 지내도 된다고 부연했다. 또 차례와 성묘 중 어느 것을 먼저 할 지는 가족이 의논해 정하면 된다고 성균관은 전했다.
성균관은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가족 간 의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차례상 간소화를 추진해 온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차례상에 이것도 올려도 됩니까, 저것도 올려도 됩니까' 혹은 '전을 좋아하는데 왜 하지 말라고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면서 "가족과 상의해서 좋아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가족 간 갈등을 없애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