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립리서치는 리서치알음을 시작으로 밸류파인더, 한국금융분석원, IV리서치, FS리서치, CTT리서치, 퀀트케이, 그로쓰리서치 등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임직원이 5명도 채 되지 않고 흑자를 내는 곳도 드물다. 일각에선 '주식 리딩방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독립리서치는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부분 탐방노트와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달리 중소형주(스몰캡) 위주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정기 구독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유료회원에게 족집게 분석 정보를 제공한다.
밸류파인더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하락 종목이 왜 떨어졌는지 분석한 보고서를 낸다. 시장 하락률 대비 더 큰 하락을 보인 기업을 선정하고, IR 담당자를 통해 업데이트된 내용을 담는다. FS리서치는 중소형주와 비상장기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다. 최근엔 그로쓰리서치가 발간한 보고서가 주목받았다. 연초 시장의 주된 관심사였던 인공지능(AI) 테마를 두고 유니퀘스트라는 종목을 분석하면서 발간 이튿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현재 주가는 하락하긴 했지만 리포트 발간 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독립리서치는 외부와 보고서 제공 계약을 맺기도 한다. 밸류파인더는 KB증권 구독 서비스인 '프라임 클럽'에 스몰캡 종목 보고서를 제공한다. NH투자증권과도 국내 스몰캡 기업 탐방노트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만 신뢰도 문제로 수익성 있는 사업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한국IR협의회는 외부 발간업체와 매년 기술분석보고서 계약을 맺는다.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 제고와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중소형 기업에 대한 양질의 리서치 정보를 투자자에게 무상 발간·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올해 입찰공고문을 보면 보고서 1건당 190만원으로, 총 300건의 보고서를 제공하는 대가로 5억7000만원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독립리서치 입장에선 참여해볼 만한 사업이다. 한국IR협의회 홈페이지에서도 리서치 보고서(아웃소싱)에 대해 중소형기업 리서치보고서 발간에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리서치센터가 증권사 및 민간독립리서치사 등 외주용역사에 발주해 작성한 보고서라고 설명돼 있다.
계약을 맺은 독립리서치사는 아직 없다. 신뢰도 문제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찰 공고를 하지만 기술분석보고서 제공 계약을 맺은 곳은 신용평가사들뿐"이라며 "독립리서치 자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주를 맡긴 회사로서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외 독립리서치가 기업금융(IB)업무와 이해상충하는 것을 막고 자생하기 위해 출범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해외 선진시장과 비교하면 상황은 열악하다. 선진국 자본시장에서 독립리서치는 스몰캡뿐만 아니라 매크로 전략, 채권, 통화, 퀀트 등 다양한 리서치를 제공하고 있다. 관련 협회인 미국IRP와 유럽IRP는 독립리서치에 관한 정보와 샘플 보고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갈 길이 멀지만 우선 독립리서치의 모호한 입지에 제도화 필요성이 강조된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독립리서치는 금융투자업이 아니라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한다. 금융투자업은 투자매매·투자중개·집합투자·투자자문·투자일임·신탁업으로 나뉘는데 독립리서치는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제도권 밖에서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받고 있다는 점도 신뢰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비교해 내부 관리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독립리서치를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일본은 독립리서치 회사를 기본적으로 투자자문업으로 관리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양방향 주식리딩방을 투자자문업에 포함했지만 독립리서치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독립리서치의 현 위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