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AI 기술은 이미 금융산업을 조용히 뒤흔들고 있다

2024-0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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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환 피플펀드 대표

이수환 피플펀드 대표이사 사진피플펀드
이수환 피플펀드 대표이사. [사진=피플펀드]

요즘 여러 모임에서 AI기술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는다. AI기술의 발전 속도와 금융 산업에서 실질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가능할 것인지 등이다. 한편 챗GPT4, LLM 등 AI 관련한 화두들이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지만 개별 산업에서 AI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아직 깊이 다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가 속한 금융산업, 특히 여신업에 한정해 AI기술의 실제 활용에 대한 현황과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AI를 여신업에 적용해 성장하는 회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AI를 적용한 리스크 모델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으로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AI기술을 통해 연체율을 낮추는 것은 물론 승인율도 전통 모델 대비 40%까지 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가 개인신용대출 부실률에 미치는 영향을 AI로 분석해 이를 '리스크 프리미엄'에 적용하는 방법론까지 구현하고 있다.
AI는 한국의 여신업에도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고 실제 적용 사례와 의미 있는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다. 실증 사례로 챗GPT와 같은 LLM을 통해 고객 센터에서 고객 대응을 자동화하거나 OCR에 AI를 결합해 문서 처리 효율을 높여주는 정도의 적용성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큰 오해다. 최근 1년간 여신업의 각 분야에서 AI는 그 핵심부에서 명확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신업의 대출 신용평가 부문에서 AI는 이미 기존 접근 방식 대비 커다란 성능 차이를 보이며 리스크 지표를 개선시키고 있다. AI 리스크 기술력의 진보 소식에 발 빠른 금융사들은 IT와 리스크 인력으로 구성된 TF를 꾸려 시장에서 개발된 신기술을 테스트해 보고 그 실증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그중 몇몇의 대형 금융사는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는 AI를 즉각 적용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 할 만한 여신사업 리스크 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AI가 금융업에 가져오는 혁신의 영향력은 과연 얼마나 클까. AI가 몇 가지 배경과 인물을 설정하고 스토리를 간단히 제시하면 멋진 소설도 뚝딱 써주고, 말만 하면 상상만 하던 그림을 그려주는 놀라움과 경이로운 수준에 이를까.

앞서 말한 여신업 리스크를 AI기술을 통해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작년 한 해 동안 필자가 속한 회사에서 여러 금융사들과 실증 검증을 할 수 있었다. 국내 은행,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20여 개 대형 금융사들 대상으로 실제 검증을 해보았을 때 업권을 불문하고 평균 연체율 20~30%가 절감됐다. 상당히 높은 절감 수치여서 다양한 방식으로 3~4번 검증을 반복한 곳이 있을 정도였다. AI기술이 가져다주는 실질적 효능이 금융업권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위와 같이 AI의 활용으로 여신업에서 신용 리스크를 줄여주는 예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금융사가 신용전략을 구축하거나 업그레이드할 때 통상 2~3개월 이상 외부 전문가들과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하는 일은 이제 AI가 2일 만에 완료해 준다. 그리고 과거 2~3개월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보다 AI모델로 신용전략을 자동으로 생성해 준 것이 대출 승인율을 높이면서 리스크를 낮추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실제 업무 논의 현장에서 금융사 CRO(최고위기관리자)와 실무진으로부터 그 결과가 놀랍다는 감탄사를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외에도 수많은 AI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당사가 여신업에 활용하는 AI기술이 이 정도이니 분명 시장에는 더 많은 기술 기업들이 유사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장담하건대 AI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기술력을 받아들인 금융기관은 그렇지 않은 기관과의 성과 차이가 당장 올해부터 꽤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금융기관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기에 뚜렷한 성과 개선 가능성이 당장 보이더라도 AI기술 도입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은 안전한 구조와 시스템, 신뢰가 핵심이기에 새로운 기술일수록 더 검증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AI기술과 그 적용성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과 조직적인 연구, 기술을 갖춘 회사와 다양한 교류 등 열린 마음으로 이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한 금융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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