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략 산업인 이차전지 수출이 8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산 배터리 위상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올해는 이 같은 경향이 더 짙어질 가능성이 높아 업계에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액은 93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연간 기준 이차전지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게 수출 감소 배경이다. 주요국들의 보조금 감축·폐지 정책, 고금리 부담, 충전 인프라 한계 등이 전기차 시장 둔화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해 북미와 유럽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추가적인 업황 악화가 예고된 상태다. 실제 지난달 이차전지 수출은 5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2% 감소했다. 기계·선박·디스플레이·섬유·자동차 등 15개 주력 수출 품목 중 13개 품목의 수출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차전지와 무선통신기기(-14.2%) 수출만 감소세를 나타냈다.
전체 수출에서 이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6%에서 올해 1월에는 1.1%로 떨어졌다. 아울러 가성비 높은 중국산 배터리의 국내 유입이 늘면서 이차전지 관련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2019년 58억3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이차전지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9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이런 추세는 과거 스마트폰 산업 사이클 변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한때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제품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했으나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보급이 확대되면서 점유율을 상당 부분 빼앗긴 상황이다.
다만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큰 데다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이 늘더라도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수출이 늘어나는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주요국 탄소중립 기조 속에 전기차 시장이 확대돼 이차전지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장이 고도화되고 있어 고기능 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