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의 총자산 대비 부동산 PF 취급 비중은 16.5%를 기록했다. 이는 캐피털(10.9%)과 증권(4.1%) 등 제2금융권 내에서도 가장 높다. 더욱이 저축은행의 브리지론 비중은 55%(나이스신용평가 16개사 기준)에 달한다. 브리지론은 본 PF 착공 전 토지 매입 등에서 발생하는 대출로, 대부분 2금융에서 이뤄진다. 이에 대출 만기가 짧고, 금리도 높다. 만약 본 PF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채권자로부터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미 누적된 만기 연장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장이 대다수다.
문제는 저축은행 업계의 체력도 한계에 달해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은 대부분의 자금 조달을 수신에 의존하는데, 지난해부터 높아진 예금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79개 저축은행이 기록한 누적 당기순손실은 1413억원이다. 1년 전 1조33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실적이 고꾸라졌다. 향후 경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적자 기조를 피하기도 힘들다. 저축은행 업계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부동산 PF 리스크로 경영 위기에 놓인 일부 저축은행이 M&A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소 자기자본비율(7~8%)을 충족하지 못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경영정상화에 대한 압박이 커져 M&A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부터 저축은행 M&A 논의는 물밑에서 활발히 진행됐다. 예컨대 상상인그룹 계열 저축은행 두 곳(상상인·상상인플러스)을 비롯해 HB·애큐온·한화·조은저축은행 등이 매물로 돌고 있다. 다만 부동산 PF 리스크가 임계치에 달한 탓에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을 사려는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10월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려고 시도했으나, 거래는 결국 무산됐다. 앞으로도 어려운 생존 싸움을 벌여야 할 업황을 고려할 땐 저축은행의 매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축은행 매물은 금융권에 매력적인 제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난해 우리금융과 상상인저축은행 간 무산된 거래에서도 보면 우리금융은 급할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금융은 올해 고금리·불경기를 버티지 못한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면 지난해보다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과거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같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해결사로 등장하는 그림도 가능하다. 당시 저축은행 사태에 따른 구조조정 속에 제일·토마토·제일2·에이스·삼화저축은행이 각각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 산하로 편입된 바 있다.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저축은행은 금융지주 내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지만, 코로나19 충격 이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효자 노릇을 하기도 했다.
M&A 업계 관계자는 "건전성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신호에 따라 금융지주들이 전면에 나서서 (저축은행의) 매물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부동산 PF 등의 위기 상황이 잦아든다면 저축은행에 대한 관심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권역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 더욱 매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