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등 장기 불황이 지속된 여파로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의 어음 부도율과 연체율 등 지표들이 1년 새 두 배 이상 악화하는 등 세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음 부도율(금액 기준)은 0.23%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0.10%) 대비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지난 2001년(0.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어음 부도율이란 기업이 물품대금 등으로 발행한 어음을 만기가 되어도 결제하지 못해 부도 처리된 비율을 말한다. 지난 1년간 어음 부도금액 역시 5조3484억원으로 전년(2조2520억원) 대비 2.4배 확대됐다. 이 역시 2014년(6조232억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들의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은 2022년 5.1배에서 2023년 상반기 1.2배로 하락했다. 이 중에서도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배에서 0.2배까지 급락했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총이자비용이 같은 기간 영업이익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의 파산도 잇따르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전국 법인 파산 사건은 지난해 연 1657건으로 전년(1004건) 대비 65% 급증했다.
한은은 다만 통계상 어음부도율 상승 배경에는 기술적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상적으로 차환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실제와 다르게 부도로 처리되면서 어음부도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P-CBO는 저신용 기업의 채권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으로 만기일이 차환일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등에 기술적으로 부도처리된다. 코로나 첫 해였던 2020년 대거 발행했던 P-CBO의 만기가 지난해 돌아와 어음부도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