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증시는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 부진 속에 하락 마감했다. 미국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대세론’이 확대되면서 미·중 관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 역시 투심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CSI300와 선전성분지수, 창업판 등 주요 지수 모두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2019년 이후 5년래 최저점이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지수 하락 폭을 키웠다. 이날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빠져나간 북향자금(北向資金·외국인 자금) 규모는 130억5800만 위안에 달했다. 2022년 10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 중 홍콩에서 상하이로 투자하는 후구퉁을 통해 63억7300만 위안, 홍콩에서 선전으로 투자하는 선구퉁을 통해 66억8500만 위안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대로 5.2%를 기록하며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5% 안팎’을 웃돌았다. 다만 제로코로나 역풍을 맞은 2022년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썩 좋은 성적표는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4%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산업생산 증가율(6.8%)이 시장 전망을 소폭(0.2%p) 웃돈 게 유일한 희소식이었다.
더욱이 지난달 국가보조주택을 제외한 70개 도시 신규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0.45% 하락, 2015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하며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되었음을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전날 첫 공화당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하면서 ‘트럼프 대세론’을 입증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중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벌써부터 중국 견제를 표심 공략에 이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선거운동 중 “어제 중국 증시가 폭락했다. 내가 아이오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라며 “그들(중국)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나는 중국을 사랑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이용할 순 없다”며 “그들(중국)은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초이스에 따르면 이날 거래 가능한 주식 가운데 상승한 종목은 239개 뿐이었고, 하락한 종목은 4837개에 달했다. 보합을 기록한 종목은 18개였다. 대부분의 업종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군수·반도체·관광·자동차 등 관련주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한편 이날 홍콩 증시도 장중 2022년 10월 이후 최저치인 4.5%까지 하락하며 크게 흔들렸다. 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3.71% 밀린 1만5276.90으로 장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