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이번 주 내에 유상증자 추진 여부에 대해 재공시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20일 팬오션은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보도에 대한 거래소 조회공시에 "유상증자 추진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 달간 공시 여부를 미루며 급한 불은 껐지만 팬오션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가로 제시한 6조4000억원 가운데 2조~3조원은 인수금융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나머지 3조원을 조달하려면 유상증자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팬오션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 4603억원과 기타금융자산 2869억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팬오션은 HMM 인수 발표 이후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가총액도 1조9000억원 수준이다. 3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면 현 시가총액 대비 1.6배 수준에 달한다. 주식 가치 희석에 따라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과도한 인수금융 조달로 이자 부담이 더해져 현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수대금 6조4000억원 중 3조3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은데 연간 이자비용은 금리 8% 기준 약 264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당 추정치는 2020년 팬오션의 연간 영업이익인 225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과 이에 대한 미국의 반격이 심화하며 선박 이용료 등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는 감소하는데 공급과잉이 이어져 물동량 반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팬오션이 이자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