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협업 증거로 내민 사진, '도자기 강좌 수료증'이었다

2024-01-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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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와 교류' 주장한 콜롬비아 작가, 거짓말 들통나

신성 작가로 띄웠던 언론들 '가짜 뉴스' 사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중앙 갈무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중앙 갈무리]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교류하고 함께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일약 업계 샛별로 떠오른 남미 콜롬비아의 한 젊은 작가가 단 며칠 만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16일(현지 시각) 엘티엠포와 세마나 등 콜롬비아 주요 언론에 따르면 "전도 유망한 업계 샛별"로 콜롬비아 내에서 큰 주목을 받은 헤랄디네 페르난데스(30)는 최근 미국 영화상 골든글로브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작에 참여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작품 참여자 중 유일한 콜롬비아인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는 유튜브와 '엑스'(X·옛 트위터) 등에 공개된 다양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50명으로 구성된 미야자키 팀의 일원"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뒤 "(해당) 영화에서 2만 5천 프레임가량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으로 일본에 있는 팀과 소통했다고 설명한 뒤 "일본 스튜디오에 직접 방문했을 때 거장(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직접 만날 기회도 있었는데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콜롬비아 주요 언론 매체는 "아시아가 주류인 애니메이션 업계에 콜롬비아 출신 신성이 등장했다"며 앞다퉈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띄우기에 나섰다.

그런데 이내 "해당 애니메이션 작품 참여자 명단에서 페르난데스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거짓 논란이 불거졌다. 또 업계에선 "신인이나 다름없는 작가에게 2만5천 프레임의 작업량을 할당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의혹에 불을 붙였다.

"나를 질투하는 다른 작가들로부터 비롯된 공격"이라며 페르난데스는 맞섰지만 정작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정식 계약서 사본 등을 요청하자 이에 대한 답은 내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그는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일부분만 작업에 참여했고, 전체적으론 이야기가 과장됐다"고 시인했다. 게다가 현지 매체에 따르면 페르난데스는 작업 인증서라며 일본어가 적힌 문서 사진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도자기 강좌 수료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선 "작업에 조금이라도 참여한 게 맞긴 한 거냐"며 "단 며칠 만에 콜롬비아의 자존심을 망가뜨렸다"고 맹비난이 이어졌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 콜롬비아 주요 언론들은 페르난데스에 관한 기사가 '가짜뉴스'였다며 반성문에 가까운 정정 보도문을 게시했다. 최대 유력 일간지 엘티엠포는 "그가 근무하는 업체 대표는 모든 게 상상의 산물이라고 확신했다"며 "내부 검증 과정 실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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