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바이오 리더가 모인 자리에서 ‘K-바이오’가 위상을 뽐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견조한 수주 성과와 압도적인 생산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자신했고, 셀트리온은 연내 홀딩스 상장에 따라 100조원 규모 헬스케어 펀드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밝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가 11일 나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번 콘퍼런스에 발표 기업으로 공식 초청을 받은 회사는 전 세계 614개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상장사 시가총액을 합치면 총 8조2000억 달러(약 1경800조원)에 달한다.
◆ 삼성바이오 “생산능력 확대, 압도적 세계 1위 공고히”··· ‘통합 셀트리온’ 서정진, 아들 서진석과 등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개막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 그램드볼룸에서 노보 노디스크, GSK, 아스트라제네카 등 빅파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메인트랙 무대에 올랐다. 메인트랙은 가장 주목도가 높은 일부 기업에만 배정된다. 그랜드볼룸은 10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발표 시간에 맞춰 전 세계 관계자가 자리를 채우면서 회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존 림 대표는 “올해 주요 전략은 고객사를 위한 생산능력(Capacity) 확장”이라며 “인구 고령화, 알츠하이머, 비만 등 새로운 영역의 치료제 개발, 바이오시밀러 시장 성장 등 의약품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기존 1~4공장(제1바이오캠퍼스)에 이어 5~8공장(제2바이오캠퍼스)을 추가하며 생산력을 ‘압도적 세계 1위’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1위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을 이미 갖췄음에도 증설을 이어가며 ‘초격차’ 경쟁력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ADC(항체-약물접합체) 공장 준공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완공을 목표로 1~8공장 부지와는 별도 공간에 ADC 의약품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존 림 대표는 “지난해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텍, 국내 에임드바이오에 투자해 ADC 생산을 위한 기술도 확보했다”면서 “5공장 건설과 ADC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앞으로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날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에서는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롯데바이오로직스, 카카오헬스케어 등 국내 기업이 잇달아 발표에 나섰다.
SK바이오팜은 올해 흑자 전환 성공을 예고하며 ‘빅 바이오텍’ 도약으로 글로벌 50위권 내 신약 개발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도 함께했다. 발표에는 나서지 않았으나 행사 기간 20여개 회사와 주요 미팅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도 ‘글로벌 50위권 제약사’를 목표로 제시했다. 아울러 이른 시일 내에 글로벌 마켓에 신약을 2개 이상 론칭하고, 매출 4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JPMHC 셋째 날인 10일에는 셀트리온이 메인트랙에서 발표했다. 이날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상장시킨 후 투자사로서 100조원 규모로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회사 전략에 대한 발표는 서 회장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맡았다. 작년 12월 통합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로 대표 자리에 오른 이후 공식 데뷔 무대다.
서 대표는 “올해 미국 출시를 앞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 제품명)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며 “2022년 기준 매출 2조3000억원과 영업이익률 29%를 달성했고, 2030년 22개 바이오시밀러에 신약 매출이 더해진다면 현재 매출 대비 최소 5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K-바이오 기업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고, 글로벌 기술 수출을 성사시키는 등 잇따른 성공 사례에 전 세계의 눈이 쏠리면서 세계 바이오 리더의 관심 역시 뜨거워졌다는 평가다.
매년 JPMHC에 참석했다는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메인트랙 발표를 진행하는 글로벌 빅파마들도 한국 기업을 언급하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