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의 상당수가 오너 경영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주인이 경영하는 만큼 장기적인 비전을 중시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영에 실패했을 경우엔 책임을 져야 할 부분도 커진다.
과거 워크아웃을 진행했던 기업들에서 오너 일가가 대규모 사재출연을 단행하며 ‘고통 분담’에 나선 것도 기업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짊어지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이슈가 되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일부를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채무를 갚는 데 먼저 지원된 것이 알려지면서 한때 무산 위기까지 몰렸으나, 태영그룹이 기존 자구안의 이행을 약속하고 9일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워크아웃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태영그룹 대주주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태영그룹에 따르면 현재 확정된 대주주 일가의 사재 출연은 484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보유한 태영인터스트리 지분 매각 금액 416억원과 채권 매입금액 30억원,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채권 매입금액 38억원 등이다.
당초 워크아웃 신청 시 채권단에서 전망한 사재 출연 금액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지만, 지금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 담보 제공과 관련해 한발 진전된 입장을 보이면서 채권단이 대주주의 책임 이행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사실 태영그룹이 9일 내놓은 추가 자구안의 경우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를 확정짓지 않고 '필요시'라는 조건부로 주식 담보 제공 계획을 밝혀 현 상황에서는 기존 자구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그러나 채권단을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진정성’인 셈이다. 회사뿐 아니라 채권단 역시 고통을 나눠 짊어지는 처지임을 잊지 말고 자구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수분양자와 협력사의 피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