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기견 보호소 이전 갈등에 고소까지…경찰은 '혐의 없음' 결론

2024-01-0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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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공사 지지부진…진행 의도 없다"

전대인 "제대로 지급 안해…비용 더 들어"

김모소장이 운영하는 파주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자들이 지난해 12월 유기견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제보 
김모소장이 운영하는 파주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자들이 지난해 12월 유기견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제보] 

경기 파주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견사 이전을 위한 전대차 계약 관련 공사 진행을 둘러싸고 보호소 소장과 전대인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이사 비용을 모았으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서 이사 자체가 요원해지고 있다. 
 
2022년 11월 이 사건 부지가 공사중인 모습 사진제보
2022년 11월 이 사건 부지가 공사 중인 모습. [사진=제보]
2023년 4월 이 사건 부지 공사 중 모습 사진제보
2023년 4월 이 사건 부지가 공사 중인 모습. [사진=제보]

9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파주경찰서는 지난해 8월 한 유기견 보호소 김모 소장이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로 결론 내렸다.
김 소장은 2022년 6월 A씨와 전대차 계약을 맺고, 그해 보증금과 공사 대금 명목으로 62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지난해 2~3월 공사 대금으로 1100만원을 추가하는 등 총 7300만원을 냈다.

그러나 김 소장측은 계약 1년 만에 "공사를 진행할 의도가 없었다"며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3월 10일까지 완공한다면서 추가금 1100만원을 편취했다는 것이다. 그는 고소장에서 "공사는 2022년도 11월 수준 정도에 머물러 있다"며 "지난해 4월 9일에 확인해 보니 아직도 2월 이전의 상태 그대로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김 소장이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공사가 늦어졌다고 반박했다. A씨는 "빨리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루에 7~8명까지 투입하기도 했다"며 "인건비가 하루에 18만원씩 들고 낙상사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이 보증금과 공사대금 명목으로 준 7300만원 상당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도 항변했다.  

이에 유기견 보호소 이사를 도왔던 백철승 수의사는 "정말 낙상사고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며 "2022년에는 지붕 공사 중에 그럴 수 있지만 2023년부터는 견사 철망·외벽 공사가 위주였는데 견사 외벽이 1.5m~1.8m 정도다"고 주장했다.

애초 김 소장은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돈사로 쓰이던 부지에 대해 전대차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5000만원에 전차금 월 180만원으로 하는 10년 계약이었다. 계약서에는 "입주 전까지 기존 설비로 전차인 요청대로 설비하며 관리사 또한 전차인의 요청으로 컨테이너 등으로 축조한다", "현재 무허가 축사(양돈)이므로 양성화 시 전대인은 최대한 협조하고 1000만원까지 부담하며, 그 이상의 비용은 전차인이 전액 부담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후원단체가 올린 사진제보
보호소 이전을 위한 모금을 주도했던 단체가 2022년 4월 후원금과 관련해 올린 게시물. [사진=제보]

김 소장이 A씨 측에 지불한 비용은 대부분 후원을 통해 모금한 돈이었다. 후원 단체가 게시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2022년 5월에는 약 2700만원이 모였다. 김 소장은 보증금 명목으로 그해 6월 A씨 측에 3000여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2022년 7월부터 11월까지 수차례 걸쳐 3200여만원을 추가로 보냈다.

하지만 김 소장의 예상보다 완공이 늦어지고 공사 비용이 늘어나자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추가 공사비 2500만원에 대한 이행 각서를 썼다. 해당 각서는 "2500만원에 대한 금원을 추가지급받고 2023년 3월 10일까지 견사, 관리사를 포함하여 칸막이 통로 수정 등 전차인이 견사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추가공사를 완료하여 위 기일 후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 소장은 이후 3월 2일까지 1100만원을 지급했으나 10일까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 이에 김 소장은 1400만원은 완공 후 주겠다고 A씨 측에 전했다. A씨는 1000만원이라도 달라고 했으나, 김 소장이 공사가 진전되지 않으면 줄 수 없다고 거절하면서 법적 분쟁까지 이르게 됐다.

김 소장은 "처음에 천장 비용으로 650만원을 요구했는데 몇 개월 후 견적서를 받아보니 1800만원을 더 보내야 한 적도 있었다"며 "공사비가 얼마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후원금부터 모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A씨는 "2022년도까지는 내 돈으로 먼저 해주겠다며 후원금부터 모으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는 못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인건비·자재비가 비싼데 무조건 깎으려고 하니 이후에는 공사비를 미리 받지 않고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고소인이 공사 대금을 공사 지출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을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검사도 불기소 처분하자 김 소장은 항고한 상태다.

A씨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갈등은 길어질 전망이다. 후원금을 기부했던 김모씨(30)는 "그곳은 이번 이사 말고는 후원이 잘 안 들어오는 열악한 곳"이라며 "고정비를 낼 돈도 없는데, 더 마이너스 된 게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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