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구(球)형 공연장 '스피어(Sphere)'가 라스베이거스의 새 랜드마크가 됐다. 과거 라스베이거스 호텔·카지노들이 베네치아 운하, 이집트 피라미드 등 전 세계 랜드마크를 호텔 안에 통째로 재현하며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은 것과 달리 첨단 기술의 총아인 스피어는 '세계 최초·최다'라는 수식어와 함께 라스베이거스만의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강조하고 있다.
CES 2024 개막을 이틀 앞둔 7일(현지시간) 스피어를 찾았다. 스피어는 지난해 9월 운영을 시작하자마자 전 세계 관람객과 매체에서 '세계 최대 옥외 광고판'이자 '가장 실감 나는 디지털 사이니지'라는 극찬을 받았다. 라스베이거스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360도 원형 구체인 스피어는 24시간 365일 내내 빛을 뿜어내며 푸른 행성이 되기도 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CES 2024 기간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행사에 참가하는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스피어를 활용한 제품·서비스 티징(예고) 광고를 진행해 관람객을 불러 모을 계획이다.
하지만 스피어의 진가는 따로 있다. 초고화질 16K 해상도 LED 스크린으로 꽉 채운 스피어 내부 공연장이다. 내부 공연장은 빔포밍 기술을 활용한 입체 음향이 관람객 귀에 바로 꽂히도록 설계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풍향·냄새·온도까지 제어한다. 보고 듣는 기존의 미디어 경험을 뛰어넘어 실제 대자연 한복판에 떨어진 것 같은 현실감을 주는 '초현실·초감각' 세계다.
이런 내부 공연장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아일랜드 록밴드 'U2'가 미디어와 첨단 기술을 결합한 첨단 콘서트 'U2:UV 악퉁 베이비 라이브 앳 스피어(Achtung Baby Live at Sphere)'를 진행 중이다. 180도로 펼쳐진 대형 화면에 파란 하늘을 포함한 장대한 풍광이 펼쳐지고, 이를 배경으로 지난 1991년 발매한 앨범 '악퉁 베이비' 3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다. 관람객들은 공연에 몰입해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 세계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높은 몰입감이 입소문을 타자 U2 콘서트는 수백 달러가 넘는 비싼 입장료에도 남은 공연 좌석 대부분이 매진됐다.
또, 스피어에 들어서면 입구인 그랜드 아트리움에서 AI 로봇 '아우라'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관람객 질문에 답을 하고 손을 들어 인사도 하는 등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미래가 이미 현실이 됐음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