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2017년 처음 제시한 개념인 ‘고품질 발전’의 언급 횟수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위기 등으로 경제 성장이 급격하게 둔화하는 상황에서 성장률 하락이 경기 침체가 아닌 질적 성장을 의미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고품질 발전’이 의미하는 바가 모호한 점에 비춰,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공개연설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고품질 발전’이 총 128차례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시 주석이 이처럼 ‘고품질 발전’을 강조하고 나선 건 성장률 하락이 곧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개념이 등장한 이후 전문가들은 부채 급증을 가져온 고속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완만한 속도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당국의 의도로 해석해 왔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실제 천젠치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최근 관영 매체 신화사 기고를 통해 “이론적으로 국가는 고속 성장을 거친 후 ‘고품질 발전’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며 “경제 성장률은 어느 정도 떨어질 수 있지만 경제 구조는 투자 중심에서 혁신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고 설명했다.
고품질 발전이 경제 정책에서 정확히 어떤 것들을 의미하는지 특정하지 않은 것 역시 의도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리스토퍼 베드도어 기브칼 드래고노믹스 중국 연구책임자는 “결론적으로 고품질 발전은 일종의 정치적 구호로, 유연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뒀을 것”이라며 “결국 이는 정책입안자들이 해석되기를 원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성장률 목표를 의미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나틱식스 SA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시아 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혁신은 성장을 강화하는 것이고, 이는 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능하게 해준다”며 “고품질 발전은 오히려 더 높은 성장률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UN)은 이날 중국의 성장률이 2023년 5.3%에서 2024년 4.7%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역시 전날 중국 경제가 올해 4% 중반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며 부동산경기 부진 지속, 코로나19 기저효과 소멸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시장은 중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 안팎’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오는 3월에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