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맹탕 자구안'에 협력업체 연쇄타격 우려…"대주주 확실한 희생 필요"

2024-01-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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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정부 집계보다 500곳가량 늘어난 1075곳

경영권 우선보호 움직임에…"사재출연,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 등 필요"

서울 여의도 소재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소재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진행을 위한 태영건설의 자구안에 대해 진정성 논란이 일면서 태영건설 협력업체들은 ‘좌불안석’이다. ‘알맹이 빠진’ 자구안으로는 채권단을 설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워크아웃 실패 후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중소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채권단의 기대에 부합하는 사재 출연 및 주요 계열사 지분매각 등 뼈를 깎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문건설협회는 태영건설 사태와 관련해 협력사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태영건설이 파악한 협력사는 1075곳으로, 당초 정부가 발표한 581곳보다 2배 더 많은 수준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실행하지 못하면 상거래 채권 등에 문제가 생겨 협력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이던 풍림산업이 2012년 법정관리에 돌입했을 때 협력업체의 피해도 상당했다. 당시 풍림산업의 협력업체 대표는 “당시 약 3억5000만원의 기성 공사비가 있었고, 법정관리가 진행되자 일부 금액은 아예 받지 못했으며 또한 일부는 주식 등으로 받았는데 휴지조각이 됐다”며 “영세한 전문건설업체 입장에서 피해가 컸고, 유동성 위기로 도산 위기까지 몰렸으나 개인 돈을 털어 겨우 회사를 살렸다”고 전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은 전날 채권단 설명회의 자구안 발표 이후 암초를 만난 분위기다. 채권단의 관심을 모았던 3000억원가량의 오너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부분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1549억원(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416억원+TY홀딩스 1133억원)이 당초 태영건설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400억원가량만 태영건설에 지원되고 나머지는 TY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되면서 ‘태영건설을 살리기보다는 지주사를 지키려는 의지가 더 강한 게 아니냐’는 진정성 논란이 일었다. 

티와이홀딩스는 이를 의식하듯 4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25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보유한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대금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이와 별개로 자회사 채권 매입 등을 포함해 총 484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영그룹 오너가의 사재출연 규모가 당초 채권단이 예상한 3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채권단을 설득시킬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협력업체의 줄도산 등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태영그룹 오너의 사재출연 및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 등 추가적인 자구안 제시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금을 지주사(TY홀딩스)에 먼저 투입하는 등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일이 발생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수준의 태영건설 자구안을 채권단이 받아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대주주의 확실한 희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도 “채권단은 태영건설과 오너 측에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을 요청할 것이고, 오너가 사재 출연과 주요 계열사 매각 등이 이어져야 한다”며 “법정관리가 되면 수분양자 피해는 물론 협력업체의 줄도산으로 건설업계 침체가 더욱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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