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전망에 대해 "국제 유가 급등 변수만 아니라면 내년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은 내년 4분기 2.3% 안팎에 도달하고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2025년 상반기에는 목표치(2%)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 물가 기조는 지금까지보다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며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일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측 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공급 충격도 점차 줄어들면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지난달 유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급락(3.8%→3.3%) 대신 완만한 수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물가 향방도 국제 유가와 식량 가격에 달렸다. 유가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외 산유국 증산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감산 이슈와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은 상방 리스크로 꼽힌다. 또 설탕 등 일부 곡물 가격 불안과 기상이변, 전기·도시가스·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과 유류세 인하 폭 축소 같은 정부 정책도 내년 물가 둔화를 저해할 요소다. 민간소비는 양호한 고용 상황 속에 가계 실질구매력이 개선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통화 긴축 여파로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 하락세가 확인되는 상황이지만 한은은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경계심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국내외 수요 부진 심화, 유가 하락 등 하방 리스크는 물론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따른 유가 반등, 비용 압력으로 인한 파급 영향 강화 등 (상방) 리스크도 혼재돼 있다"며 "물가 상승률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걸음(last mile)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