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또 한번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금리 상승세와 금융당국 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 추세가 가계대출 규모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정책모기지 포함)은 109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5조4000억원 증가한 수치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추산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올들어 3월까지 감소세를 이어가다 4월부터 상승 전환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11월 가계대출 규모를 키운 것은 역시나 주담대다. 11월 은행권이 취급한 주담대 규모는 전월 대비 5조8000억원 늘어난 845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주담대는 주택매매 관련 자금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입주물량 증가 등에 따른 잔금수요가 늘면서 전월(+5조7000억원)과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대해 윤 차장은 "9월 이후 주택매매 거래가 줄어들고 있고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조치도 (주담대 추이에)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다만 기존 주택 거래 관련 자금 수요 뿐 아니라 신규 아파트 입주분이나 중도금, 재건축에 따른 집단대출도 부채에 포함돼 있는데 지난달 집단대출 규모가 일시적으로 확대돼 주담대 축소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월(2만6000호)과 9월(2만8000호) 3만호를 밑돌던 아파트 입주물량은 10월(4만2000호)과 11월(3만9000호)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 9월 당시 1만2000호에 불과했던 아파트 분양물량도 11월 기준 2만1000호대로 확대됐다. 다만 신용대출과 같은 기타대출 규모(245조4000억원)는 고금리 장기화와 추석명절·공모주 청약자금 수요에 따른 기저효과 속 한 달 만에 감소 전환(-3000억원)했다.
11월 은행권 기업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7조3000억원 확대된 1253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기간 대기업대출 증가폭은 계절적 요인의 영향으로 1조5000억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중소기업대출은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증가규모(3조8000억원→5조8000억원)가 커졌다.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자금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일부 은행이 중기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면서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지난달 은행 수신자금 규모는 전월 대비 28조4000억원 급증하며 2308조원대를 기록했다. 은행 수신자금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정기예금으로 한 달새 13조7000억원 확대됐다. 또한 정기예금 만기 도래에 따른 은행권 자금조달 수요가 잇따르면서 은행채 발행이 11조5000억원 늘었고 수시입출식예금도 증가 전환(-24조5000억원→+6조원)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자금도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를 중심으로 14조3000억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