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자의 부자보고서] "부동산·주식보다 낫다"…슈퍼리치, 올해 국고채·회사채 사상 최고치 사들였다

2023-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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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 위축이 겹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과 증권 시장 모두 암흑기를 맞이했다는 후문마저 나온다.

지금 같은 불황의 시기에 고액 자산가는 채권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올해 개인 투자자의 국고채와 회사채 투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금리 인상으로 국고채와 회사채 가격이 낮아지면서 채권의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에 부자들이 대규모로 매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내년에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올해 채권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고액 자산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동안 개인 투자자의 국고채 순매수 금액은 10조329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2조9861억원을 3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며, 지난 2021년 연간 662억원에 비해서 156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는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후 최대 규모이며, 그 전 개인 투자자의 국고채 순매수가 많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상 최대 기록이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의 회사채 순매수 규모도 9조5201억원을 기록해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까지 역대 최고치 기록이었던 지난해 연간 7조9955억원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들 개인 투자자는 상당수 고액 자산가들로 파악된다. 이들은 최근 금리 인상에 채권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 시기에는 기존 발행된 채권보다 더 표면금리가 높은 채권이 발행될 가능성이 높아 기존 채권의 가격이 저평가된다. 이에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에 고액 자산가들이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

아울러 내년에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져 채권의 매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금리가 인하된다면 기존에 발행된 채권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이 경우 올해 사놓은 채권을 매각하면 상당한 매매차익을 확보할 수 있어 고액 자산가들이 채권에 주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금융투자사 프리이빗뱅커(PB)는 "올해 주식시장이 기대보다 부진하고 아파트 가격도 하반기에 주춤해지면서 마땅히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라며 "상반기부터 꾸준히 채권에 수요가 있었지만 하반기 들어 더욱 수요가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고액자산가와 상담하는 PB들 사이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이 국내 채권보다 미국 국채나 회사채에 투자한 자금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외에서 내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한국이 그에 맞춰 금리를 인하할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국 기준금리를 5.5%까지 인상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국내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한 이후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는 200bp에 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다소 낮추더라도 국내 기준금리가 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로 원화를 보유한 고액 자산가는 국고채를,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라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국내 채권을 낙점한 고액 자산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당초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면 주저 없이 미국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른 금융투자사 PB센터 관계자는 "일부 부자들은 환율 변동의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 국채에 투자하려고 하기도 한다"며 "한국의 금리 방향이 불확실하기에 확실하게 금리를 인하할 것 같은 미국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부자들이 잔존 만기가 긴 장기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20년 만기 국채의 경우 1년 이후 금리가 0.5%가량 떨어지게 된다면 채권 매매 수익률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만기가 30년으로 더 길어진다면 수익률이 더 확대된다.

또 다른 금융투자사 PB도 "경기 위축으로 기업의 이익과 가치가 줄어 주가가 오를 수 없는 상황이고, 부동산 수요도 예전만 못한 시기"라며 "잔존기간이 긴 장기 채권의 인기가 부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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