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발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상하이종합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3000선을 내주는 등 중국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추가로 주가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허난성 대표 국유기업인 정저우탄광기계그룹과 중국 토종 화장품 브랜드인 보라이야(珀萊雅·Proya)가 각각 최소 3억~최대 6억 위안, 1억~2억 위안으로 매입 규모가 가장 크다. 이 밖에 바이오의학·장비 제조·콘텐츠·정보통신(IT) 서비스·항공설비·반도체 등 업종 기업 30여 곳이 500만~1억 위안 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일 예정이다.
증권시보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이 매입하는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업종도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증시 부양에 나선 것은 올해 9월부터 본격 시작됐다. 짙어진 경기 둔화 우려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지난 8월 중국 증권감독위원회가 '자본시장 활성화와 투자 신뢰 제고' 정책을 발표하면서다.
증권시보와 투자재무관리 데이터 제공업체 수쥐바오(數據寶)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총 1300여 개 기업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전체 A주(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위안화 표시 중국 기업 주식) 중 20%로, 이들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약 620억 위안에 달한다.
이번에 정저우탄광기계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행렬에 합류한 건 무디스가 중국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면서 지난 5일 상하이종합지수가 40여 일 만에 3000선 밑으로 밀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 밑으로 떨어진 건 올해 두 번째며 지난번에는 3거래일 만에 3000선을 회복한 바 있다.
당시 중국 국유투자회사인 후이진투자공사는 주가 부양을 위해 중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했으며, 2015년 증시 붕괴 사태 이후 처음으로 4대 국유은행(공상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건설은행) 주식을 한꺼번에 사들였다.
기업들이 주가 부양에 나선 데다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이 전망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도 예정되어 있어 중국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궈타이(國泰)증권은 "과거를 비춰봤을 때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움직임은 시장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라고 짚었고, 보하이(渤海)증권은 "경제공작회의는 내년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인 만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경제공작회의는 12~13일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트남 방문 이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