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주유소는 심각하겠지만, 여기는 그렇게 (요소수가) 부족하진 않아요.
서울 종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씨(60)는 이번 요소수 대란에 대해 아직 걱정할 만큼은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기자가 7일 낮 2시께 방문한 박씨의 주유소에는 요소수 34박스가 있었습니다. 가격은 한 통(10L)에 1만9000원이었습니다.
박씨는 "사실 대형 화물차가 아닌 일반 차량을 모는 사람들은 요소수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온라인에서 품절이 되는 사태가 일어나거나 사재기를 하려는 건 요소수가 부족하다고 하니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등록된 전국 요소수 판매 주유소 3413곳 중 110곳은 요소수 재고가 매진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머지 3303곳은 모두 재고가 있는 상태로, 리터당 평균 단가도 1602원으로 안정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전국 주유소에서 요소수 재고 물량이 없는 곳은 약 3% 정도로 전국적인 품절 사태를 대비해야 할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하면서 2년 전 한 차례 대란을 겪은 업계 관계자들을 비롯해 소비자들은 요소수 국내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국내 요소수 전문업체 롯데정밀화학에서 운영하는 '유록스' 공식몰에는 '주문 후 배송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공지되기도 했습니다.
요소수는 화물차나 디젤 승용차,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 등 경유 차량의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작동하는 과정에서 사용됩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를 경유차에 장착했는데요. 2019년부터는 모든 경유 차량에 SCR 장착을 의무화한 바 있습니다.
다만, 정부는 당장 요소수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날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요소수 재고 및 판매 현장 상황 점검 현장에서 "국내 재고 및 중국 외 계약 물량으로 3개월분 이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미 수입대체선이 확보돼 있어 기업들도 추가 물량 확보가 가능한 만큼 2021년과 달리 충분히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달청 역시 차량용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해 공공 비축 중인 총 2000여 톤의 국내 수요 10일분 요소를 조기에 방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불안에 떠는 까닭은 이미 2년 전 그 난리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10월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로 이미 큰 혼란이 벌어졌을 때 이후 정부는 요소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 2021년 83.4%였던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량 비중을 지난해 71.7%까지 떨어뜨렸습니다. 하지만 올해 91.8%까지 치솟았습니다.
정부에선 3개월치를 비축했다고 하지만 요소수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철강업계와 연말연시 운송량이 늘어나는 운송업계를 중심으로 요소수 품귀 우려에 경쟁적 비축 현상을 보이면서 당장 내년 초 또 한 번 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에서 시급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